
'알라딘'은 원작 디즈니 애니메이션(1992)부터 전 세계 어린이는 물론 어른까지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았고, 어린이였던 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온 작품이다. 내용은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익히 알려진 대로다. 다만 약간의 각색, 새롭게 추가된 넘버 등이 존재했다.

'알라딘'은 대사보다 노랫말의 비중이 높은 편으로, 전달력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작품. 그러나 빠른 템포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강조되면서 주인공 김준수의 가사 전달력이 간혹 덜 명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초반부 음식을 훔친 뒤 도망 다니는 상황에서 부른 알라딘의 첫 노래 '한 발 더 빠르게'(One Jump Ahead)는 노래의 가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렸다면 이야기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사생활 이슈로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김준수는 유독 살이 빠져 보였고, 광대뼈와 갈비뼈 등이 멀리 앉은 관객석에서도 잘 보일 정도. 때문에 이후에 이어진 노래에서도 가빠지는 호흡, 약한 발성이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알라딘의 이미지 자체는 서경수, 박강현보다 김준수가 가장 찰떡같이 어울렸으나 불안정한 가창력은 그의 상체를 떨게 했고 결국 보는 이까지 불안한 2시간 10분이었다.
다행인 건 알라딘의 솔로 넘버가 많지 않은 것과 무대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공연에 찾아올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로 재정비가 필요할 듯하다.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다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나자 "이거 쥐니, 난 지니, 이거 쥐니" 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중간중간 요즘 유행어인 '이븐하게 구워드릴게요', '롯데 시그니엘 교환권',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 등을 적재적소에 풀어내며 관객을 향해 웃음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정성화가 등장할 때마다 약 1200명의 관객이 가장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램프가 있는 동굴을 표현할 때는 무대 전체를 화려한 금박이 장식으로 꾸몄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알라딘과 쟈스민의 '마법의 양탄자' 장면도 백미다. 너무 어두웠던 점과 아슬아슬하리만치 작았던 양탄자는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내지만 실제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공중 부양의 모습은 잘 표현됐다. 그렇다고 VIP석 19만원을 주고 보라고 추천하기는 어렵다.
‘알라딘’ 한국 초연의 서울 공연은 내년 6월 22일까지 약 7개월간 장기 레이스로 펼쳐진다. 연이어 내년 7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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