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방송된 '유어 아너'는 김명민과 손현주의 연기 대결로 주목받았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극 중 김명민의 장남을 맡은 허남준이다. 그는 첫 회부터 날 선 눈빛과 강렬한 악역 연기로 이목을 끌었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장면마다 보여준 독보적인 존재감이 화제를 만들며 "캐릭터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도 신예 배우의 재발견이라며 주목했다. '유어 아너' 이후 허남준은 곧바로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에 출연했다. 이번에는 채수빈의 대학 선배이자, 유연석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냉철한 듯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절제된 톤으로 표현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시청자들로부터 "연기의 폭이 넓다"는 호평을 끌어내며 안정적인 연기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허남준이 출연한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는 약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2023년 4월 촬영을 마쳤으나 후반 제작에만 2년 가까이 소요돼, 올 1월에서야 첫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낯선 우주 배경과 어색한 러브신,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으로 혹평받았다. 시청률은 1~2%에 머물렀다. 주연 배우 공효진, 이민호조차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서브 캐릭터로 등장한 허남준에게는 의외의 평가가 뒤따랐다. "대작에 이름을 남겼다"며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를 얻은 것. 업계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시기에 방영된 작품인 만큼 ‘굵직한 필모그래피 한 줄’을 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허남준은 지난 5월 발매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수록곡 'Never Ending Story'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상대 배우는 늘 주목받아왔는데, 허남준은 차은우에 이어 또 한 명의 아이유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자연스러운 청춘의 감성을 그려내며 '뮤비 남주'로서의 존재감도 입증했다.
허남준은 현재 차기작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임지연 주연의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상대역으로 출연을 확정했고, 최우식·문가영이 주연을 맡은 '고래별'도 합류했다. 특히 '고래별'에서는 메인 주연에 관해 원작 싱크로율 호불호가 엇갈리는 데도 허남준 캐스팅에 관해서 만큼은 "이미지와 잘 맞는다"는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깊은 사연과 복잡한 감정을 지닌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의 섬세한 연기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단역으로 시작해 대작 드라마, 그리고 주연급 캐릭터까지 허남준은 데뷔 7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탄탄하게 경력을 쌓아왔다. '500억 흥행 참패'라는 굴곡조차 오히려 업계 인지도를 높이는 발판이 됐다. '유어 아너'를 기점으로 시작된 상승세는 이제 '백번의 추억'과 '멋진 신세계', '고래별'로 이어진다. 허남준은 '김명민 아들 역'이라는 수식어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업계가 주목하는 대세 배우가 됐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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