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텐아시아는 국내 주요 엔터사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현장의 이야기를 통해 전합니다. 추석 기간 한경텐아시아의 <엔터사 분석 시리즈>를 만나보세요.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들며 경사를 맞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K팝 원톱 엔터사 하이브의 이야기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히트는 K팝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하이브라는 거대 K팝 제국을 일궜다. 하이브는 2023년 기준 매출액 2조1781억원, 영업이익 295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과를 경신했다. 지난 3년 간 연평균 매출 31.7%, 영업이익 24.7%로 몸집을 키우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미래에 대해 "완전체를 가정한 2026년 예상 영업이익은 약 5000억원이며 예상 기업가치는 10~15조원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하이브와 민희진의 갈등, 뉴진스의 성장 둔화 우려 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향후 사안의 향배와는 관계 없이 하이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엔터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친 판단이다.
엔터산업, 특히 K팝 산업은 사람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소구하는 것이고, 아티스트와 팬(대중) 사이 감정의 통행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하이브가 이번 사안과 관련 한 배를 탄 민희진-뉴진스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그 파장은 기대하지 못한 방향과 크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K팝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게다가 이번 내홍은 하이브가 정립한 멀티 레이블 체제의 위험성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플레디스(세븐틴, 프로미스나인, 투어스), 코즈엔터테인먼트(지코, 보이넥스트도어), 빌리프랩(엔하이픈, 아일릿), 하이브X게펜 레코드(캣츠아이) 등 해외를 포함해 총 11개의 멀티 레이블을 보유 중이다.
태생적으로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는 상황에서 모회사와 레이블 사이의 의사소통과 합의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제2의 민희진 사태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멀이 레이블의 특성상 여러 아티스트들을 두고 '비교', '차별', '도태' 등의 키워드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또, 필연적으로 표방하게 되는 성과주의 속에서 좋은 음악과 무대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게 정통한 가요 제작자들의 시각이다.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하이브로서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는 멀티 레이블 체제가 최선일 뿐,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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