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하이드'·'멱살', 불륜에 빠진 여성 장르물
'하이드'·'멱살', 불륜에 빠진 여성 장르물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중년의 여성 원톱 주연작에 빠지지 않는 코드가 있다. 사랑꾼인 줄 알았던 남편의 배신과 불륜이다. 잘나가던 여자 주인공이 남편의 불륜과 그와 얽힌 사건들로 인해 삶이 무너져내리는 설정이 마치 하나의 서사를 보는 듯 비슷하다. 치밀한 장르물 서사를 내세워놓고 뻔한 불륜으로 연결되는 전개에 피로함 역시 커지고 있다.
김남주 주연의 MBC'원더풀월드'를 시작으로 김하늘 주연의 KBS2 '멱살 한 번 잡힙시다', 이보영 주연의 쿠팡플레이·JTBC '하이드' 등의 작품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4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스터리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설정과 소재가 비슷한 탓에, 다른 작품인데도 같은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다. '원더풀월드'는 김남주가 가해자를 직접 처단하고 전과자가 된다는 설정과 그의 아들인 차은우와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오는 새로움이 있지만, '하이드'와 '멱살 한 번 잡힙시다'의 경우는 주인공 홀로 분투한다는 점에서 더욱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사건의 진실을 좇는 치밀한 미스터리 장르물을 내세우고는 결국 불륜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반전 없는 불륜 설정에 식상하다는 반응 역시 많다.
불륜이라고 다 먹히는 건 아니다. '멱살 한 번 잡힙시다'는 1회부터 8회까지 줄곧 2~3%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하이드' 역시 최고 시청률이 5%대로, JTBC 토일드라마 치고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품들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는 부도덕한 남편, 부조리한 사회 등에 맞서는 독립적 여성이라는 서사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 시청 타깃이 중년 여성인 만큼 성공한 여성, 연하남과의 로맨스 등 그들의 로망을 담아냈을 터다.
그러나 무분별한 불륜 코드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지난해 종영한 '마에스트라' 역시 여성 지휘자와 필하모니를 내세워놓고 결국은 남편의 불륜, 살인 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작품의 본질을 흐렸다. '멱살'과 '하이드'가 '마에스트라'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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