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종영한 '밤에 피는 꽃'(이하 '밤피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 분)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이종원 분)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이다. 이기우는 MBC 금토 드라마 '밤피꽃'에서 수호의 배다른 형이자 현 승정원 좌부승지 박윤학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데뷔 초반에는 지금과 아주 달랐어요. 키가 크면 사극 촬영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이 안 됐던 시기였죠. 지금은 장신도 사극 연기를 펼칠 수 있고 소재가 많아져서 기쁩니다."
그는 사극 도전을 망설이던 시점 '밤피꽃' 감독님이 큰 용기를 줬다는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요즘은 키 큰 배우들도 사극을 왕성하게 한다"면서 이기우의 자신감을 북돋아준 것. 앞서 배우 로운 역시 키가 190cm임에도 '연모', '혼례대첩' 등의 사극에서 연기를 한 바 있다. 문상민 여기 190cm 장신임에도 '슈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간 사극을 경험하지 못해 로망을 품고 있었냐는 물음에 이기우는 "준비할 때부터 촬영 하루하루, 마지막까지 모두 소중했다. 누구나 '첫 기억'이 뇌리에 강하게 남지 않는가. 화면으로만 보던 사극의 과정을 직접 접하는 게 흥미로웠다"며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드러냈다. 그는 "190cm라는 내 키를 위해 한복을 맞춤 제작했다"며 의상팀이 애를 많이 썼다고 미안해하면서도, 살면서 한복을 맞춰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즐거워했다. 이기우는 '밤피꽃' 촬영을 회상해 이야기하는 동안 저절로 표정에서 행복감이 묻어났다. 그가 얼마나 사극을 바라왔고, 작품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기우가 '밤피꽃'에서 연기한 인물 박윤학에 대해선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게감 있게 잡고, 마주하는 사람에 따라 톤과 온도를 바꿔야 하는 게 어려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코믹,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극이다 보니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는 이기우. 그는 데뷔한 지 20년이나 흘렀는데도 변함없이 연기에 진심과 최선을 쏟아냈다.

주인공인 이하늬에 대해서는 "'밤피꽃'의 주인공은 이하늬였어야만 했다"는 시청자 말에 공감한다며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칭찬했다. 이어 "코믹 연기와 눈물 연기를 5분 차로 소화하는 엄청난 배우"라며 치켜세웠다.
형제로 호흡을 맞춘 후배 이종원과는 어땠을까. 이기우는 "선량하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동생"이라며 그를 "연기 조언을 잘 습득하고 흡수하는 배우"라고 도 설명했다. 이기우는 함께 한 배우들이 좋아 과정도 결과도 완벽했다며 훈훈한 '밤피꽃' 분위기를 자랑했다. 이어 "앞에서 대놓고 챙겨주는 건 쉽지만, 뒤에서 은은하게 챙겨주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종원과 수월하게 호흡한 덕분에 재밌게 연기했다"며 덧붙였다.
코믹 연기를 자유롭게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동료 배우들이 코믹 연기를 펼치는 걸 보면서 개그 욕심 낸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기우는 "감독님께서 극구 반대해 한 번의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유쾌했던 현장을 회상했다.

"작품이 끝나고는 아내와 발성 트레이닝 영상을 함께 보고 있어요. 같이 고민하고 연습합니다.(웃음)"
이기우는 평소 작품이 끝나면 무엇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다 폐 수술을 했던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휴식기에는 운동을 한다. 폐 수술을 한 후 코로나까지 터져 공포스러웠던 적이 있다. 그때 운동을 쉬었는데 몸이 많이 약해졌다"며 "지금은 다시 몸을 만드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몸을 활용한 역할을 맡고 싶다"며 튼튼한 신체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현재 고르는 중이라며 "이전에 찍고,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이 있다. 쉬더라도 두 작품으로 얼굴 비출 것 같다"고 밝혔다.
이기우는 안 해본 장르 중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로 "직업 군인과 '실패한' 운동선수"를 꼽았다. 왜 하필 '실패한'이 앞에 붙냐는 물음에 그는 "그래야 더 정이 갈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며 "지금까지 '금수저' 역할을 많이 맡았다. 소박하고 스토리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너덜너덜한 이기우'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집 앞에 외출할 때는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어요. 190cm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허술함의 극치를 보여주겠습니다."
OTT 플랫폼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을 뿜어냈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OTT 작품을 해본 적 없다며 "다른 환경에서 내 연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연기 영역을 확장 시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기우에게 '밤피꽃'은 어떠한 의미로 남을까. 그는 데뷔 초 "사극을 못 할 줄 알았던 새내기 배우가 20년의 경력을 쌓았다"며 '밤피꽃'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와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못 해본 장르와 역할을 앞으로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기우의 다음 페이지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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