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 이솜 주연의 19금 드라마 티빙 'LTNS'

'LTNS'는 발칙하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거침없고, 부풀어 오른 비눗방울이 팡-하고 터지듯 생동감 넘친다. 프리티빅브라더라는 명칭으로 본인들을 소개하는 전고운, 임대형 신인 감독들의 솜씨랄까.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2018)에서 '하루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집이 없어도 괜찮다는 미소(이솜)의 세상의 통상적인 관념에 반하는 당돌함, 임대형 감독의 영화 '윤희에게'(2019) 속 엄마 윤희(김희애)에게 당도한 편지를 몰래 읽어보고는 발신인이자 옛사랑 사는 일본 오타루로 무작정 찾아가는 딸 새봄(김소혜)의 무모함이 배어있는 듯 하다.

게다가 1억을 훌쩍 넘겨서 마련한 집값이 계속 떨어지며 본전도 못 찾을 상황이니 가난이라는 재난까지 이들 부부에게 몰려온다. 비 오는 날 교각 밑에서 택시를 주차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벌려던 사무엘은 난데없이 나타난 장거리 운전을 요청하는 손님의 따따불 요청에 돈 좀 만져보려다가 택시가 침수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마주한다. 친구 부부네 집에 찾아가 정수(이학주)에게 돈이나 빌려볼까 했지만, 이게 웬걸 돈 대신 불륜을 저지른다는 이야기만 얻었다. "친구 사이에 돈거래는 하지 말자"던 정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진과 대화하던 중, 사무엘은 말실수하며 다른 형태의 돈거래를 하게 된다. 이미 정수의 아내로부터 택시가 침수되었다는 전화를 들었던 우진이 정수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기로 한 것이다.

엉뚱한 생각에서 발화됐던 우진과 사무엘의 '불륜커플 협박 프로젝트'는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시작한다. 2화의 임신한 아내를 두고 사내에서 바람을 피던 은행원 병우(김우겸)와 가영(정재원), 3화의 장인어른과 아내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늘 마음이 공허한 돌 사업을 하던 백호(정진영)와 남편의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영애(양말복), 4화의 동성애 커플인 좋은 집안의 며느리가 됐지만, 시어머니의 무시와 남편의 잔소리로 인해 견디기 힘들던 수지(황현빈)와 스턴트우먼으로 강인해 보이지만 여린 마음을 지닌 옛사랑 초원(김승비)까지. 정수에게 받은 돈으로 새 차를 뽑은 두 사람은 택시 기사라는 특성을 이용해 불륜 커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중요한 것은 'LTNS'를 단순히 불륜커플을 협박하는 부부의 서스펜스로만 읽어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섹스리스 부부라는 육체성을 부각하지만, 내피에는 그만큼 멀어졌던 심리적 거리를 좁혀나가는 지점에 있다. 불륜 커플을 감시하면서 각자의 침대에서 자던 우진과 사무엘은 형형색색의 조명이 있는 모텔방에서 같이 있기도, 바다 위에 떠 있는 숙소에서 오랜만에 키스하기도, 좁은 공간인 택시에서 온종일 같이 있기도 한다. 1화로 돌아가, 우진과 사무엘은 첫 장면부터 격정적으로 키스하면서 우진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사무엘은 다시 쫓겨난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우진과 사무엘은 대치하다가 이내 공간은 채워진다.

"이거 같이 열어보면 되겠네. 안에 뭐가 들었는지"라며 사무엘에게 말하며 열어젖히는 가방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간 보지 못했던 진실이다. 2년 전, 가출한 우진이 전 남자친구(류덕환)과 은밀한 밤을 보냈다는 것을 사무엘은 알았지만 묻지 못했고 그렇게 부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전고운, 임대형 감독은 물을 통해 해소되지 못했던 감정의 빗방울을 그들이 그동안 아끼던 집 안에 가득 채운다. 진작에 털어놓지 못하고 억눌려있던 마음들은 2년 전의 그날 내리던 비처럼 후두둑 쏟아지고 집 안에는 첨벙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너 거기 누구랑 있었어?"라며 2년 만에 묻는 사무엘의 울분이, "왜 그걸 이제 물어봐"라고 답하는 우진의 답변이. 두 감독은 과거와 현재의 공간인 호텔 앞과 집을 교차시키고, 인물들을 그 안에 뒤틀린 방식으로 배치함으로써 'LTNS'의 주제 의식을 명료하게 전달한다. 두 사람이 섹스리스였던 이유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지?"
"평균에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그들이 말하던 '평균'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통장에 채워진 잔고였을까. 아니면 보통의 부부가 해야 하는 섹스 횟수였을까. 아니면 그저 보통의 대화였을까. 'LTNS'의 발칙한 상상력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그대는 옆에 있는 그 사람과 얼마나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느냐고.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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