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내려오는 선산에 숨겨진 가족의 비극
연상호 감독과 민홍남 감독은 어떻게 그렸을까
연상호 감독과 민홍남 감독은 어떻게 그렸을까

"다들 그렇게 지내잖아요. 가족인 듯 남인 듯"
'선산'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윤서하(김현주)는 가족(家族)이라는 본질에 대해 이렇게 읊조린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연상호 감독은 조상의 무덤 또는 그것이 있는 산을 뜻하는 선산(先山)이란 형태를 빌려와 기형적인 구성원의 모습을 발굴하고는 이내 해부하기에 이른다. 가족 내부의 오래된 진실 안에는 태초에 무엇이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쿰쿰한 냄새가 풍겨오기까지 한다. 윤서하는 지독한 악취에도 그 진실이 향하고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던 작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선산을 물려받게 된 윤서하는 관심조차 없던 가족의 비극에 지독하게 얽히게 된다. 탈륨이 들어간 막걸리를 먹어 사망하게 된 작은 아버지 윤명길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윤서하 앞에 자신의 이복동생이라는 김영호(류경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줄곧 소식조차 모르고 살아왔건만. 작은아버지의 장례는 무슨 일이고, 이복동생은 웬 말이냐. 당혹스러움에 휩싸인 윤서하의 심경과는 달리 선산을 둘러싼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은밀한 욕망을 그녀에게 들이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덥수룩한 수염에 음침한 눈빛으로 "누님"을 연신 외쳐대는 김영호의 존재는 윤서하에게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자 거슬리는 존재가 된다.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무속 신앙에 빠져든 김영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기이한 모양새다. 연상호 감독이 구상한 세계관 안에서 인물들은 저마다의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선산'은 서스펜스나 스릴러보단 지리멸렬(支離滅裂)한 가족상을 보여주는 잔혹극에 가깝다. 말미에 다다라, '선산'이 잉태한 진실이 드러난다. 윤서하의 이복동생이었던 김영호는 죽었다고만 전해 들었던 고모 윤명희(차미경)의 아들이었다. 즉 근친을 통해서 태어난,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었던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아들에게 선산을 물려주고 싶었던 윤명희는 스스로 그림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삶을 살아왔고 윤서하의 주변 인물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이 택한 소재와 이야기는 딱 맞는 퍼즐은 되지 못한 것만 같다. 근친상간을 '고결한 사랑'이라고 성토하는 윤명희의 울부짖음과 윤서하의 욕망은 따로 떨어진 채 존재하고, 김영호를 위한 어머니로서의 희생은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에서 '가족', 특히 부성애와 모성애는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소재였다. 가족의 형태는 다르지만,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은 숭고한 업적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다만, 연상호 감독과 연출을 맡은 민홍남 감독은 '가족'이라는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탐구하고 연구하기를 거듭한 것만 같다. "가족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개념이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면에서 무속적인 이미지를 더했고 결과적으로 업보, 액막이, 죄의 대물림 같은 단어들이 무속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더라"라는 연상호 감독의 말처럼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가족의 모습은 '선산' 안에서 엿볼 수 있다. 6화의 김현주의 마지막 대사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본질에 가까운 가족에 관한 정의가 아닐까.
'선산' 1월 19일 넷플릭스 공개. 총 6부작. 민홍남 감독 연출, 연상호 감독 각본 및 기획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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