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난 이선균
'파스타'부터 '나의 아저씨'
'기생충'으로 안은 영광까지
'파스타'부터 '나의 아저씨'
'기생충'으로 안은 영광까지

1975년생 배우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출신으로, 데뷔 24년차 배우다. 1999년 비쥬의 뮤직비디오 '괜찮아'로 데뷔했으며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TV 첫 데뷔를 했다. 2004년 '닥터러브', '반투명', 2005년 '연애', '거미여인의 사랑법'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다져나갔지만, 그의 20대는 무명 생활의 연속이었다.


같은 해,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재벌가 최한결(공유)의 사촌 최한성 역으로 극 중에서 고은찬(윤은혜)에게 '키다리 아저씨' 마냥 힘이 되어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외에도 2018년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고단한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이지안(아이유)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던 좋은 어른 박동훈 역을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기도 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엔딩 부 이선균의 내레이션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우리 선희'(2013) 등에 출연하면서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독립영화로도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선희'에서는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의 전 남자친구이자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 역으로 출연하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선희와의 과거를 추억하고 애정하는 현실감 넘치는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선균의 연기 인생은 또다시 방점을 찍었다. 봉준호 감독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통해 이선균은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것.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이선균은 기택(송강호) 가족이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저택에서 사는 박사장 역으로,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다가도, 운전기사인 기택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내가 원래 선을 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냄새가"라며 은근히 기택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추후에 기택의 인내심이 폭발하는 발화점이 되기도 했다.


'잠'에서는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 역을 맡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 중인 아내 수진을 위협하는 현실 스릴러로 최근 관객들을 찾았다. '잠' 개봉 당시 인터뷰를 통해 본 기자와 만난 이선균은 데뷔 24년 차로서의 연기 고민과 갈증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짧지만 깊은 생각이 녹아들어 있는 묵직한 생각을 기자들에게 전해줬었다.

지난 10월 불거진 '마약 혐의' 사건 조사 이전, 생전 마지막 인터뷰(뉴스매거진 시카고 10월 7일 자 인터뷰/ 10월 10일 자로 방송)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연기란 무엇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어떻게 보면 일기 같아요. 이번에 상 받은 게 어느 일기장에 그냥 겹겹이 쌓인 것들을 보고 지금까지 한 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좀 열심히 했다. 이렇게 주는 상이라면 또 다른 일기를 좀 잘 써나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담담하게 언급한 바 있다.
그가 24년 동안, 열심히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지난 10월 불거진 '마약 혐의' 투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 차례의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이선균은 1차, 2차 모두 음성 판정받았고 마약 혐의를 부인했다. 27일 오전 10시 30분 즈음 이선균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량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배우 이선균은 2023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영화 '탈출: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와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은 이선균의 유작이 됐다.
RIP. 故 배우 이선균 1975년 3월 2일 ~ 2023년 12월 27일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