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차 배우 유해진
선악 공존하는 얼굴
소시민부터 엘리트까지
'달짝지근해' 오는 15일 개봉
선악 공존하는 얼굴
소시민부터 엘리트까지
'달짝지근해' 오는 15일 개봉

15일 개봉하는 영화 ‘달짝지근해:7510’(이하 ‘달짝지근해‘)에서 유해진은 첫 로코에 도전한다. 물론 ‘럭키’(2016)에서는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된 냉혹한 킬러 형욱을 맡으며, 리나(조윤희)와 투닥거리는 코믹로맨스를 보여주기는 했다. 하지만 '달짝지근해'는 유해진이 본격적인 로맨스를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의 단조롭고 반복된 일상에 일영(김희선)이 개입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유해진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서툴고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귀여워 피식하고 웃음 짓게 되면서도 가슴 시린 절절함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세대 안에 국한되지 않고 공감되는 로맨스는 유해진의 납득가는 연기로 공감을 만들어냈다.

◆ 영화 '타짜'(2006) 감독 최동훈 / 범죄물 고광렬 역

노란색 뿔테 안경에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 눈동자를 쉼 없이 굴리는 초조한 모습까지. 촐싹대는 모습으로 상대를 정신없게 하는 고광렬은 고니와의 첫 만남에서 "아저씨. 그 아가리를 좀 닥치고 쳐도 될 거 같은데"라며 일침을 듣는다. 이에 당황한 고광렬은 "아니 뭐. 돈 딸라고 칩니까. 재밌자고 치는 거지. 안 그래요?"라며 능청스러우면서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인다. 유해진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톡톡 쏘아대는 빠른 말투에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유쾌한 모습은 초기작 '타짜'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 영화 '전우치'(2009) 감독 최동훈 / 액션, 코미디 초랭이 역

사고뭉치 전우치의 예측불가능한 행동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우정을 지켜내는 초랭이의 충직한 모습은 재미난 포인트다. '전우치'에서 악인 화담(김윤석)의 맨얼굴을 알게 된 이후에 맞서 싸우는 장면이나 현대의 최신 문물을 보고 신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즐거워하는 장면들은 유해진 특유의 코미디로 재미를 더했다. 인간이 아닌 개를 연기한 유해진은 이후 영화 '승리호'에서 로봇을 연기하기도 했다.
◆ 영화 '부당거래'(2010) 감독 류승완 / 범죄물 장석구 역

바로 가짜 범인을 만들어 수사를 종결 짓고자 한 것. 사건을 꾸미기로 결심한 광역수사대 최철기는 장석구를 시켜 부정한 방법으로 가짜 범인을 만들게 된다. "너 지금부터 범인 해라"라며 웃음기 하나 없는 소름 돋는 얼굴로 지시하는 장석구 역의 유해진은 이전까지의 얼굴을 말끔하게 잊을만한 연기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하는 '부당거래'에서 가장 어두운 단면을 포착해서 보여주는 유해진은 나쁜 놈의 정석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 영화 '럭키'(2016) 감독 이계벽 / 코미디 형욱 역

영화는 형욱이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기억을 잃었지만, 여전히 몸에 남아있는 킬러 본능 탓에 승승장구하는 액션 배우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해프닝에 놓이게 된다. 재성(이준)이 훔쳐 간 자신의 신분으로 인해 꼬인 킬러 인생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험난하다. 일본 원작 우치다 켄지 《열쇠 도둑의 방법》을 기반으로 한 '럭키'는 이야기의 개연성은 부족하지만, 유해진의 연기력으로 오락 영화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영화 '완벽한 타인'(2018) 감독 이재규 / 코미디 태수 역

'완벽한 타인'에서 유해진은 아내를 시도 때도 없이 무시하며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는 밉상 캐릭터 태수를 보여준다. 아내 수현(염정아)에게 핀잔을 주는 것은 기본이요. '하지 마'라며 단호한 태도로 행동을 제어하기도 한다. 화가 부글부글 끌어오르며, 어디를 봐도 정을 붙일 수 없는 태수는 일종의 빌런이다. 자신의 비밀을 숨기기 위해 친구 영배(윤경호)와 휴대폰을 숨기면서 벼랑 끝에 서게 된 태수는 그럼에도 영배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주는 의리파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완벽한 타인'은 원 로케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의 전개와 베테랑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 영화 '공조'(2017), '공조2: 인터내셔날'(2022) /액션 강진태 역

무자비한 총격 액션을 선보이는 현빈과 달리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유해진은 한 가족의 남편으로, 형부로, 경찰로 역할을 달리하며 반전 매력을 뽐낸다. 특히 공조라는 명목하에 수사를 맞춰나가는 과정은 가히 흥미롭다. 서로 다른 목적으로 늘 서로를 속이지만 상대를 제일 우선으로 하는 우정이 '공조'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 영화 '올빼미'(2022) 감독 안태진 / 스릴러 인조 역

뾰족하고 모난 구석을 지닌 인조의 섬뜩함은 그간 유해진의 연기 내공으로 인해 무게감을 얻었다. 유해진은 그간 사극에 출연했지만, 연기 생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왕(王)을 맡았다. 그는 "대중에게 자리 잡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연기하는 동안은 내가 왕이 생각했고, 다행히 관객들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인터뷰를 통해 언급하기도 했다. 광기 어린 인조 역으로 분하며 다시 한번 폭넓은 연기 변신을 유해진은 빈틈 연기력이라는 평가받기도 했다.

현재 제작을 진행 중인 영화 '야당'에서 배우 강하늘, 박해준과 호흡을 맞추며 또 다른 장르를 개척할 예정이다. 영화 '달짝지근해'를 통해 첫 로코에 도전한 유해진의 또 다른 도전은 무엇일까. "대본 외에도 항상 인물 분석표를 쓴다"는 유해진의 말처럼 그의 연기는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닌 멈추지 않는 도전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닐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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