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연상호 감독이 집필하고 연출했다. 강수연은 뇌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윤서현 역을 맡았다. 윤서현은 인간 윤정이(김현주 분)의 딸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선배님한테 처음에 구질구질하게 문자를 보냈었다. 예전에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인연까지 강조하며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며 "나중에 선배님에게 '왜 답장을 안 해주셨냐'고 물어봤더니 스팸이나 사기라고 생각하셨단다"면서 웃었다. 이어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르면 어쩌지 걱정도 했는데, 선배님을 직접 뵀을 때 너무 멋있었다. 로커 같았다. 선배님을 직접 뵙고 '정이'에 대한 확신이 더 들었다. 그 날 술도 한 잔 했는데 선배님이 '한 번 해보자' 짧게 얘기하셨던 것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선배 강수연'에 대해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의지가 되는 선배이자 이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서 단단하게 연기해줬다. 촬영 현장이 본인이 경험했던 현장과 달라 낯선 점도 있었을 텐데 내색 없이 어른으로서 현장을 잘 지탱해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공개 전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도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가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에 출연한 류경수 역시 "극 중에서 제가 '회장님 바라기'인데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던 것 같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독님께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강수연을 그리워했다. 류경수는 최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강수연 생전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보고 싶은 선배님. 우리 영화 나온다"라며 "너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속 얼굴을 맞댄 강수연과 류경수의 모습에서 선후배 간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강수연은 '정이'에서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은 깊은 내면을 가진 인물 윤서현을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존재만으로도 화면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가진 대배우 강수연. 11년 만에 신작을 유작으로 남기고 떠난 강수연은 한국영화계에 레전드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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