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어딨었나요?"
"돈벌어 오라던 아들 잔소리가 창작의 원동력"
제작자 브래드피트에게 시상식서 농담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인정 감사
"돈벌어 오라던 아들 잔소리가 창작의 원동력"
제작자 브래드피트에게 시상식서 농담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인정 감사

"브래드 피트, 우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나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후-

윤여정은 외국인들에겐 발음하기 어려운 자신의 이름에 대해 "많은 유럽 분들이 제 이름을 여영라고 하거나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또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경쟁자이자 동료들을 향한 예우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나"며 "후보 다섯 명 모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해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자신은 "단지 운이 좀 더 좋아 이 자리에 서 있다"며 겸손했다. 정이삭 감독을 향해서는 "정이삭 감독님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두 아들을 향한 애정도 재치 있게 표현냈다. 이혼한 뒤 윤여정에게 두 아들은 자신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는 "두 아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이 모든 게 제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이다. 애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된다"며 기뻐했다.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어요."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소감에서-

이날 윤여정은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배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모든 시상식이 의미 있지만 특히 이번 시상식은 의미 있다"며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유머러스하게 기쁨을 표했다.
이후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내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여러 차례 영국을 방문했고 10년 전 배우로서 캠브리지에서 펠로우십을 했다. 모두 고상한 체한다고 느꼈는데 안 좋은 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은 역사가 길고 자부심이 있다. 나는 아시아 여성으로 영국인들이 고상한 체 한다고 느꼈다"며 솔직한 입담을 자랑했다.
"혼술로 자축해야겠네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노미네이트 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어 하겠지만 올 수 없기 때문에 저는 그녀와 함께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그녀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나 혼자 술을 마셔야 한다. 그녀는 내가 술 마시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며 유머 감각을 뽐냈다.
"난 내가 되고 싶어요."
-지난 3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외신들은 윤여정을 두고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표현했다. 메릴 스트립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대배우이자 영화 역사상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명배우. 아카데미상 수상 3회, 노미네이트 21회의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 역을 맡았던 그 배우다.
외신들은 윤여정에게 한국의 메릴 스트립으로 불리는 소감을 물었다. 윤여정은 "메릴 스트립과 비교된다는 데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나는 그저 내 자신이고 싶다"고 했다. 또한 "배우끼리 비교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으로 품격 있게 이 표현을 거절한 윤여정의 센스에 감탄한 순간이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무슨 상이 많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있어요."
-'미나리'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윤여정은 '미나리'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큰 관심을 얻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오스카 레이스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선댄스영화제 때를 떠올리며 "사람들이 울길래 이인아 PD에게 '사람들이 왜 이렇게 우냐' 물었더니 나만 안 운다고 하더라. 정이삭 감독이 무대 위로 불러서 무대에 올라가게 됐는데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걸 보고서야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눈물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닌 영화인 후배들을 향한 대견함 때문이었다. 윤여정은 "나는 노배우다.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뤄내고 나보다 나은 걸 볼 때 갑자기 애국심이 폭발하곤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 영화는 하기 싫었어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의 '미나리' Q&A 시간에-

윤여정은 "난 한국에서 연기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 영화는 하기 싫었다. 독립영화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고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미나리'의 순제작비는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 원)으로, 한국 상업영화 평균 순제작비(79억 원·영화진흥위원회 2019년 자료)에도 훨씬 못 미친다.
윤여정은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돈을 아끼려고 우린 거의 같이 살다시피 했다. 밥도 같이 먹고 가족이 됐다. 제가 스티븐 연의 한국어를 고쳐주고 스티븐은 내 영어를 고쳐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든 여배우로서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난 이제 힘든 일 하기 싫다. 늙었지 않나. 정이삭 감독이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툴툴대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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