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아이' 영채(류현경 분)는 남편과 사별하고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엄마'라는 '어른'이 됐지만, 허물만 어른일 뿐 어른인 척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유흥업소에 다니며 생계를 위해 분투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기가 여간 쉽진 않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아이의 삶까지 책임져야 하는 진짜 어른들의 세상에서 방황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강한 생활력 하나로 살아가지만, 돈은 참 쉽게 벌어지지도 모아지지도 않는다. 돈이 필요했던 아영은 친구의 도움으로, '초보 엄마' 영채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영채는 자신보다 더 혁이를 살뜰히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어느새 안정을 되찾는다.
홀로 버티던 두 사람이 만났다. 영화 '아이'는 준비가 안 된 채 어른이 되어버린 두 명이 '아이'를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답답하고 절망적인 순간보다는 두 명의 아이가 만나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위로'를 따뜻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담아낸다.

김향기는 '아이'에서도 자신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한다. 극 중 아영은 억울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큰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또 억울한 일을 당해 뺨까지 맞아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그런데도 자신이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것에선 거침이 없다. 영화에선 아영의 이런 성향에 따라 극적인 상황이 몇 차례 연출되기도 한다. 김향기는 제 옷을 입은 듯, 아영이라는 인물 자체가 돼 오차 없이 감정선을 표현해낸다. 특히 이전보다 한결 더 성숙해진 분위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TEN 리뷰] '아이' 김향기·류현경, '어른'이라는 가면을 쓴 두 아이의 만남](https://img.tenasia.co.kr/photo/202102/BF.25286234.1.jpg)

비교적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에선 김향기, 류현경, 염혜란 세 배우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돋보인다. 각 인물에게 느껴지는 생동감은 이들끼리의 호흡에서 비롯돼 더욱 빛난다.
영화는 큰 웃음, 큰 감동없이 잔잔하게 이어지다 시끌벅적하게 끝을 맺는다. 그 시끌벅적함엔 '희망'이 담겨 있다.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행착오에 공감하는, '어른'이라는 가면을 쓴 이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10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