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소울' 참여한 김재형 애니메이터
"현실·태어나기 전 세상, 각각 특성 중요했다"
"의사 그만둔 이유? 즐거운 일 찾고파서"
"코로나19에 다들 모니터 들고 대피하듯 집으로"
"현실·태어나기 전 세상, 각각 특성 중요했다"
"의사 그만둔 이유? 즐거운 일 찾고파서"
"코로나19에 다들 모니터 들고 대피하듯 집으로"

오는 20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 영화 '소울'에 참여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울'은 꿈꾸던 공연을 앞둔 뮤지션 조가 사고로 정신을 잃고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눈을 뜨자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영혼 22의 멘토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는 영혼들이 저마다의 성격과 개성을 부여받고 지구로 향하게 된다. 앞서 '라따뚜이', '코코', '온워드', '토이스토리4'에도 참여했던 김 애니메이터는 영화 속 인물, 사물들의 움직임이나 연기 등을 만들어내는 일을 맡고 있다.
이번 영화는 픽사에서 최초로 흑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김 애니메이터는 신중을 기울였던 스튜디오 분위기를 전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인공인 영화가 그렇게 많진 않아요. 제가 얘기를 듣기론 디자인할 때 많이 조심했다고 하더라고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아닌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디자인, 행동이 그들에겐 진정성 없을 수도 있고 희화화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죠. 잘 모르고 작업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제작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많은 컨설트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생각과도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죠."

"제리나 테리는 일반 영혼 캐릭터들과도 움직임이 달라요. 또 현실 세계에서 같은 주인공이라도 중년의 몸 안에 영혼이 들어있을 때, 동물인 고양이 안에 들어있을 때 등 상황에 따라 움직임이 다 달라야 했어요. 각각 특성을 주려고 공들였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배경으로 한글 간판이나 한국어 대사가 짧게 등장한다. 한국 관객으로서는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간판 같은 부분은 제가 작업한 건 아니고 세트를 만들고 색을 더하고 글씨를 만드는 분들이 담당했는데 한국어 간판을 누가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한국어 대사는 스토리 부서에서 일하는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고, 그 친구의 목소리를 따서 결과물을 낸 걸로 알고 있어요."

"시험을 보고 의사가 돼서 병원에서 일하기도 했죠.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에 들어갈 때까지 고민했던 게 있었어요. 공부를 한 만큼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는 것 같고 결과가 나와도 좋게 느껴지지 않았죠. 몸과 정신이 힘든 게 합쳐지며 고민이 깊어졌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는 제가 일 자체를 즐기지 못했던 거죠.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싶어 나왔어요. 애니메이션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만드는 법도 배워봤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이어갔어요. 결국에 픽사에서 일하게 됐죠."
김 애니메이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작업 환경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맡은 부분은 '집에 머물러라'는 지침이 있기 바로 전주에 완료됐는데 다른 부서 직원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다 가지고 집으로 대피하듯 왔다"며 "지금은 다들 적응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는 '소울'이 극장 개봉되지 못하고 디즈니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김 애니메이터는 아쉬움도 털어놓으며 한국 관객들에게 조심스레 관람을 당부했다.
"관객들이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보는 걸 기준으로 만들어왔는데 미국에선 극장 개봉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개봉하게 돼 기쁩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신경 써서 영화관에서 즐겁게 보시고 힐링의 시간을 가지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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