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무환(無患) : 영화를 보면 근심이 없음을 뜻한다

영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인천, 도쿄, 태국을 오가는 숨가쁜 로케이션의 회전부터가 그렇다. 한국 영화로는 흔치 않게 영화의 80%를 태국에서 찍었다는 국제화는 인정해 줄만 하다. ‘닥치고 액션’을 표방한 영화인 만큼 태국 지방 도시의 시장과 도로에서 펼쳐지는 카 체이싱, 격투신, 기관총과 수류탄까지 동원한 총기 액션 등 한국 액션 영화의 스케일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온통 화이트 패션에 현란한 문신을 한 이정재의 스타일부터 신 스틸러로 트랜스 젠더역(박정민)을 활용한 것까지 디테일에 신경쓴 흔적도 역력하다.
그러나 색깔만 예쁘게 입힌다고 좋은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궁금증을 해소해줘야할 대목에선 그 답이 생략되거나 애매모호한 대사로 뭉개지고, 정작 궁금증을 유발해야 할 대목에선 답이 너무 뻔히 보인다. 한마디로 스토리 구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국정원 출신의 청부 살인업자 인남(황정민)은 야쿠자 두목의 암살로 마지막 미션을 끝내고 파나마에서 은둔 생활을 하려 한다. 그러나 마지막 청부 살인의 상대는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 배를 갈라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 백정 레이(이정재)의 형이다. 레이는 형의 복수를 위해 인남을 쫓고, 인남은 8년간 떨어져 있던 옛 애인의 죽음과 함께 자신에게 딸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 딸을 찾아 나선다.
![[무비무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누가 이 영화를 액션에서 구하소서](https://img.tenasia.co.kr/photo/202008/BF.23583129.1.jpg)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포맷과 모티브를 차용하는 영화는 얼마든지 있고, 그 자체가 꼭 비난거리는 아니다. <무간도>를 모티브로 삼은 <디파티드>로 마틴 스코세이지는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휩쓸지 않았는가. <다만악>은 토니 스콧 감독,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맨 온 파이어>와 이정범 감독, 원빈 주연의<아저씨>와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두 영화 모두 젊은 여자 아이를 구하는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들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이들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의 고뇌와 복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절박하게 다가 온다. <맨 온 파이어>에서는 과거 수많은 살인탓에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자살까지 시도한 덴젤 워싱턴이 자신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고 있는 어린 소녀 다코타 페닝의 일기장을 보곤 삶의 의미를 찾고, 결국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는 복수·구출 작전에 나선다.
![[무비무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누가 이 영화를 액션에서 구하소서](https://img.tenasia.co.kr/photo/202008/BF.23583139.1.jpg)

정통 느와르라기 보다는 대중 액션을 지향하며 15세 관람가로 만든 영향인지 영화가 너무 착하다. 잔인한 분위기는 풍기지만, 정작 소름 끼칠 장면은 없다. 그러다 보니 심장이 쫄깃쫄깃 해질 긴장, 스릴을 느낄 대목이 많지 않다. 욕설이 없지만 폭소 또한 터지지 않는다. 그저 빠른 전개 속에 황정민과 이정재간의 1회전, 2회전, 3회전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아무리 액션의 신세계를 추구했다고 해도, 영화에는 서사와 메시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런지.
글. 윤필영
주말 OTT 뽀개기가 취미인 보통 직장인. 국내 한 대기업의 영화 동호회 총무를 맡고 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각으로 영화 이야기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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