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씨를 보면 속이 안 터질 수가 없긴 해요
유치원 다니는 어린애가 집에 돌아와 “엄마 나는 누구누구가 좋은데 걘 내가 싫나봐. 나랑 안 놀아줘”하고 징징대며 울어도 가슴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결혼을 앞둔 과년한 딸이 사윗감에게 대놓고 면박이나 당하고 있으니 얼마나 약이 오르시겠어요. 어릴 때야 아이스크림이나 장난감으로 꼬드겨 본다지만 다 큰 성인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하기야 지금껏 붙들어 둘 수 있었던 것도 다 모종의 사탕발림 덕인지도 모르겠네요. 에두를 것 없이 그냥 말씀드릴게요. 한 마디로 오현아 씨 사윗감 박지형(김래원)은 몹쓸 인간입니다. ‘항상 더 사랑한 사람이 죄인인 건가봐‘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그렇다고 저 좋다는 여자 마음을 그렇게 함부로 휘둘러도 되나요. 그간 해바라기하는 향기 양에게 상처를 주기 어려워 차마 뿌리치지 못한다는 모양새를 고수해온 것 같은데요. 그게 다 앞뒤 잴 만큼 재본 요량이라 나쁘다는 거예요. 도리 때문이라는 변명을 앞세우지만 실은 따님 입장을 고려해서가 아니라 다 본인에게 여러모로 이익이다 싶어 딱히 거부를 하지 않았지 싶어서 말이죠.
자식 농사가 역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지 싶어요
모두가 힘을 합해 하루라도 빨리 향기 양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할 텐데, 쉽지는 않아 보이죠? 솔직히 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왜 딸을 그처럼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기르셨는지,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향기 양 같이 순수한 마음의 처자가 드문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요가, 필라테스, 요리, 클리닉 순회며 친구들과의 수다로 하루를 소비하는 그 또래 처자 또한 흔치 않다는 거, 아실지 모르겠어요. 왜 자신은 온데간데없이 남자의 미래에다 본인의 미래를 얹으려 들었는지, 그저 딱하기만 합니다. 오현아 씨 스스로도 밟아 오신 길이고, 그로 인해 남모를 고통을 겪어 오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따님만큼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제 힘으로 발 딛고 살 수 있게 이끌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댁네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애 좀 써 보려고 합니다. 자식 농사가 역시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지 싶어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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