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의 음악과 캐릭터 사이
대중음악 공연 중 가장 사색적이라고 해도 좋을 연주. 가장 크게 웃을 수 있는 멘트. 공연 초반 마치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듯 하나씩 곡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은 뮤지션 정재형이 보여준 음악과 연결된다. 반면 그 멘트 뒤에 곧바로 관객을 휘어잡으며 웃기는 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정재형의 캐릭터와 연결된다. 한 사람이 그 간극을 몇 초 사이에 오가는 건 기이한 경험이었다. 급기야 정재형은 감정을 잡지 못해 연주에 들어가지 못했고, 코러스도 노래를 부르기 직전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재형은 감정이 잡히지 않으면 차라리 연주를 포기한다. 코러스가 웃게 된 것도 처음 노래를 부를 때 정재형이 그들의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노래를 멈추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정재형의 모습에 웃었지만, 정재형은 자신이 음악을 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음악에 관해서라면, 그는 자기 자신이 가장 우선이다. 바로 그 정재형의 태도가 이 독특한 공연을 하나로 통합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심지어 관객에게 ‘Running’을 따라 부르게 할 때도 정확한 음정과 감정을 요구했고, 멘트들에는 농담이 섞여 있긴 했지만 결국 음악과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됐다.
사색과 토로, 그 모든 것이 정재형
그리고, 그의 노래와 함께 공연 분위기가 바뀌어갈 때 쯤 정재형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예민하고 하나라도 마음에 안들면 싫다고 하다보니 할 게 아무 것도 없었다는 말. 지금 소속사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다는 말. 그 순간, 그가 연주하는 곡들과 그의 유쾌한 멘트들의 간극은 사라졌다. 내면의 사색이 격정적인 토로로 변하듯, 정재형은 지금 자신의 세계에서 밖으로 걸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순간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가 공연에서 보여준 간극이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수긍됐던 건 그런 공연의 형식 자체가 지금의 정재형을 보여주는 가장 담백한 방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제서야, 정재형이 공연장에 굳이 뿌려놓은 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정재형은 맨발로 그 흙을 밟고 공연했다. 지하에 있는 어두운 공연장에 뿌려진 흙은 어딘가 어색했고, 인공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정재형은 비록 인공적일지라도 흙을 밟는 그 느낌, 세상 바깥으로 나가는 그 순간에 있는 것 아닐까. 모든 건 그저 감상이고 추측일 뿐이다. 다만, 그가 두시간 조금 넘는 공연동안 그의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예능, 음악, 그리고 자신의 실제 모습이 결합된 정재형 그 자신을 납득시킨 것은 확실하다. 이 사람, 정말 음악요정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제공. 안테나뮤직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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