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일 저녁 5시
흥보 아들 3,4,5,6,7을 뽑는 오디션, 멤버들은 흥보 아들을 맡기고 싶은 ‘불쌍한 친구’들을 한 명씩 데려왔다. 건강이 염려되는 김수용, 할머니 생각만 하면 우는 홍인규, 차가 없어 지하철을 타는 조우종 아나운서, 데뷔준비만 8년째인 한유일, 전 재산을 날린 윤정수, 뼈만 남은 한민관, 등이 굽은 록커 이성욱까지. 저마다 자신이 더 불행하다며 배역을 노리는 참가자들의 불행배틀 덕에 ‘남자의 자격’은 졸지에 <레미제라블>이 되었다. 정말이지, ‘너 참 불쌍타’.
리뷰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웃음만큼 중요한 건 도전 대상에 대한 진지함이다.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 (이하 ‘남격’)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마라톤 미션에서 지쳐 주저앉는 멤버들을 클로즈업하는 행위가 웃음을 유발하진 않는다. 이렇게 웃음을 유보하고 도전 종목의 본질을 응시하는 이런 순간이야말로 리얼 버라이어티로서의 ‘남격’을 정의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창극 미션에서 본질인 ‘소리’는 늘 웃음의 뒷전이다. 방영 3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쇼 안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체 70분 중에서 흥보 아들 3,4,5,6,7을 뽑는 오디션은 50분 가량을 소비했고, 그나마 소리의 자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기구하고 불쌍한가’를 겨루는 데 집중했다. 물론 한 달 연습 후 공연이라는 스케줄 상 소리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라도 조금 더 본질에 집중하는 선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창극의 대모 김성녀가 나와도 소리 한 자락 안 들려주고 퇴장하고, 윤형빈이 소리를 잘 한다 잘 한다 하는데 뭘 어떻게 잘 하는지 보여주지 않을 거면 애초에 창극에 도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수다포인트
– 금융위기 시대의 경고: ‘연대보증’과 ‘사업 확장’이란 키워드를 거쳐 ‘경매’라는 키워드를 만난 윤정수 씨(42) “누구나 ‘(차압)딱지왕’이 될 수 있어요. 웃고 있는 시청자도!”
– 취업대란 시대의 초상: 오디션에 떨어지고도 4시간을 서성이며 눈치를 본 끝에 도깨비 배역을 따내고 없던 대사까지 한 줄 얻어내는 데 성공한 김수용 씨(48)
– 진로선택 교육의 중요성: 뒤늦게 소리의 재능을 발견한 것까진 좋은데 “소리를 먼저 배우셨어야 됐어요. 개그보다”라는 말을 듣고 좌절한 윤형빈 씨(34,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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