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오랜만에 TV를 통해 보게 된 남자 1호 김진 씨의 경우, 집안 행사에서 앞길이 막막해진 친척 동생과 마주친 양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럴 때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며칠은 그 녀석이 마음에 걸리기 마련이죠. 뒤통수를 누가 잡아끌듯이 용돈이라도 넌지시 쥐어줄 걸 그랬나, 내 말이 따뜻한 어조이긴 했던가, 자꾸 이모저모 되짚어 보게 되는데요. 김진 씨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런 느낌이더라고요. 불혹의 나이라고는 해도 그보다는 훨씬 어려 보였고, 또 마냥 해맑았던 지난날에 비해 크게 달라진 외양은 아니었으나 여전히 착해 보이는 얼굴에 묻어있는 세월의 고단함 때문이지 싶어요. 아, 그 몇 년을 신었다는 목 늘어난 양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영리하게 이것저것 준비해온 젊은 축과 선명하니 비교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 그래요. 김진 씨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더군요.
김진 씨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이긴 해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더군요. 솔직히 데이트 권을 얻기 위한 한 밤중의 폐교 탐험, 심약해 보이는 김진 씨만큼은 그거 안할 줄 알았거든요. 한다고 나선 것도 의외였지만 몇 차례나 포기 않고 다시 도전했다는 점, 실패를 억울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는 점이, 대견했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남에게 소중한 걸 빼앗겨도 그러려니 웃고 마는 분위기였다면 이젠 내 것을 지켜내야 되겠다는 의지가 생긴 거니까요. 사실 처음 모두가 모였을 때 지붕 아래의 장애물을 수건으로 감싸고는 좌중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걸 보며 사람이 달라졌구나, 하고 느꼈어요. 과거 같으면 그런 게 눈에 들어왔어도 나서길 주저하다 말았지 싶어요. 그러나 지금은 여성 출연자들만이 아니라 시청자가 뭘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 호감을 느끼는지 알게 된 겁니다.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도 낼 수 있게 됐고요. 세상에 의미가 없는 시간이란 없다더니 정말 그렇죠? 그간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결국엔 약이 됐을 테니까요.
여자 3호와도 마음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의 남자 1호와 자존심보다 내가 위이길 바란다는 깨어있는 처자, 여자 3호의 인연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김진 씨는 이미 달라졌고 이번 기회를 통해 뭔가를 또 배웠잖아요? 생일에 문자를 보내온 사람은 단 다섯 명, 어머니와 팬 네 분뿐이라지요? 단 다섯뿐이 아니라 다섯씩이나 있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세상에 내 편이 다섯이나 있다는 거, 그거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편집.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