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사 심의를 거치면 그에 따른 시청등급 표시의무와 방송시간의 제약이 가능하다. 방송사 심의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뮤직비디오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방영이 제한된다. 그러나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는 3초 동안 심의 등급이 표시되는 것에 그친다. “검열이 아닌 서비스 정보”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말은 표현에 자유를 해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지만, 동시에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말이기도 하다. 뮤직비디오에 등급을 표시한다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과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에 대한 여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등급분류를 해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음악영상파일(뮤직비디오)이 선정·폭력적인 내용과 장면을 담고 있음에도 청소년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어, 등급분류를 통한 청소년 보호”가 자동적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유튜브의 ‘안전모드’나 포털의 성인인증과 같은 시스템적 접근이 입법취지를 달성하는데는 더 도움이 된다.
오로지 ‘한국’에만 적용되는 이상한 룰

유튜브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는 법적처벌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주체가 한국의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자일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고, 해외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자가 올리는 뮤직비디오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 예를 들어, 카라의 한국 활동 뮤직비디오는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자가 심의 없이 게재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지만, 카라의 일본 활동 뮤직비디오는 아무런 심의 없이 올릴 수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미 한국 활동보다 해외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 대형 아이돌에게 한국 활동의 장점을 하나 더 잃게 되는 것이자, 더욱 빈곤한 음원시장을 만들 단초이기도 하다. “소속 가수의 해외활동을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뮤직비디오 심의가 끝나지 않아서 그쪽에 뮤직비디오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 인디레이블의 전언은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제도가 한국 뮤지션의 해외활동 진입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분류 제도의 크고 작은 리스크들에 대해 영등위는 “앞으로 3개월의 시범운영기간동안에 관련 업체와 상의해서 고쳐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음반·음악영상물 제작업자가 가장 염려하는 기간과 기준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영등위는 14일의 법정처리기간에 대해서 “법적으로 기간을 단축할 계획은 없다”고 했으며, 방송사마다 각기 다른 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마련 없이 “방송사 간의 간담회를 통해 조율 하겠다”는 추상적인 답변만 있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로 불붙은 제도의 논쟁에 앞서서 이 제도 존재자체이유인 제도의 효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글. 이지예 인턴기자 dodre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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