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머니’보다 ‘리스펙트’가 먼저
, ‘머니’보다 ‘리스펙트’가 먼저" /> 4회 금요일 밤 11시
는 기획부터 과유불급인 방송이다. 래퍼들의 공연과 서바이벌 경쟁구도에 신예 래퍼들의 오디션을 더한 것에 그치지 않고 즉석에서 공연비를 책정하는 평가와 탈락자 선발, 갈등을 부각시키는 편집까지 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이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가득 차 있다. 덕분에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볼거리와 이슈를 제공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경쟁자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까닭에 래퍼들은 좀처럼 긴장을 풀 수 없고, 무대의 조연이 될 수밖에 없는 신예들은 성장 서사를 구축하기는커녕 각자의 개성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공연비로 증명되는 현장 반응과 탈락 결과의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은 스스로 경쟁의 신뢰도를 붕괴시키고 있기까지 하다.

개선의 여지를 찾기가 어려운 이 방송의 구원투수가 이효리라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지만, 그만큼 안타까운 지점이다. 15분이라는 파격적인 시간 동안 6명의 신예 래퍼들과 함께 공연을 펼친 그녀는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처음으로 신예들 각자의 특징과 래퍼로서의 캐릭터를 변별하게 했다. 사연을 지워낸 일통은 드디어 묵직한 플로우에 집중을 했고, 다른 래퍼의 스타일에서 자유로워진 치타는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이것은 물론 뮤즈로서 독보적인 이효리의 에너지에서 비롯된 시너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마당이 신예들에게 결코 유리한 곳이 아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래퍼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보장하지도 못하고, 신예들에게 자유로운 경쟁을 지원하지도 못한다면 힙합의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성취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머니로 대변되는 호응과 결과를 요구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시청자의 사랑과 관심을 원한다면, 누구보다 제작진이 먼저 제대로 된 ‘리스펙트’를 보여야 한다.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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