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리를 비롯한 좌중이 합심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미녀 자밀라 얘기만 나오면 곤란한지 입 꼬리가 계속 올라간다고 놀려대자 줄리엔 씨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어요. “나 항상 웃어요. 난 행복한 사람이니까.” 같은 장난이 수차례 이어졌던지라 슬며시 짜증이 났을 법도 한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참 신선했습니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그 말, 말이에요. 하도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오나가나 힘들다, 지겹다, 억울하다, 갖가지 짜증이 묻어나는 하소연을 요즘 지나치게 많이 들어 왔거든요. 그런 와중에 확신에 찬 어조로 행복하다고 단언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라도 만난 양 반가울 밖에요. 말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해보였어요. 그래요,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즐길 줄 아는 것이라지요?
“종이보다 피, 더 세잖아요”라는 말, 뭉클했어요

물론 무슨 소리가 오가는지 잘 알아듣지 못하던 시기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여자 게스트들이 물색없이 들이대는 분위기에 당황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리 편안한 기색은 아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한 것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이 한국 여성의 애교라면서요? 고향 밴쿠버에서는 애교가 아기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라는데 이거야 원, 몇몇 여성들이 돌아가며 콧소리를 내고들 있었으니 불편하기도 했겠죠. 그런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들이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지금이라고 모두 납득이 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래도 생경하고 마뜩치 않았던 부분조차 문화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한국이 내 나라로 바짝 다가오게 된 거겠죠.
저도 매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져보려구요

순재 할아버지나 내상 씨처럼 우리나라 물정에 어둡다고 제 맘대로 이리저리 휘두르려는 사람들이 오죽 많았겠어요. 아, 누구보다 강한 형님들 덕에 그런 일은 없으려나요?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고요. 또 혼혈이라는 사실로 인해 캐나다에서는 당연히, 그리고 한국에서조차 차별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문제에 봉착하면 도망을 가든 싸우든 두 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그중 후자를 택해왔다는 줄리엔. 어릴 적에는 몰라도 성인이 된 후엔 싸운다는 게 폭력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겁니다. 긍정의 에너지로 피해가지 않고 늘 정면 돌파로 맞닥뜨려 해결해왔을 줄리엔의 용기에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냅니다. 저 또한 줄리엔처럼 매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려고 노력해보려고요. 그리고 아직 큰 소리는 내지는 못하지만 수줍게 되뇌어 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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