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사장이 제 아들이었으면 등짝을 후려갈겨 줬을 텐데요

본인 입에서 나온 소리일 뿐만 아니라 인척인 오스카(윤상현)까지 ‘저 자식은 그 슬픈 인어공주 이야기가 인류 최초의 세컨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놈이거든요’라고 한 것을 보면 김주원이라는 남자가 어떤 눈으로 여자를 바라봐왔는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만약 제 아들이라면 정신이 번쩍 들만치 등짝을 후려갈겨 주고 남았을 텐데 그의 어머니 문분홍(박준금) 여사가 아들보다 열배는 더 속물이니 뭘 기대하겠어요. 저는 길라임 씨가 안하무인이기 짝이 없는 남자지만 그래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 주변 환경이 그를 피폐하게 했을 뿐 이젠 나를 만나 개과천선하겠거니, 하는 되도 않은 희망을 품을까봐 걱정입니다. 사실 여심을 흔드는 수려한 외모라는 껍질을 빼고 한번 보세요. 이보다 더한 속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김 사장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 라임 씨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테니 예를 들어 볼게요. 그가 경품에 당첨된 청소기를 수령하러 백화점에 왔다는 것 자체를 한심하게 여기던 거 기억나시죠? 경품을 미끼로 고객들의 돈지갑을 열게 하는 백화점 사장이라는 사람이,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주제에 경품 당첨에 기뻐하는 심정을 경멸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요. 경품에서 탄 밥상을 10년 넘게 잘 쓰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혈압이 오르는 광경이었어요. 원 플러스원이라는 미끼에, 특가 세일이라는 미끼에 걸려들곤 하는 저 같은 손님은 그의 눈에는 아마 벌레만도 못하지 않을까요?
김 사장보다는 임 감독이나 오스카가 나아보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하릴없는 감정싸움에 경찰을 개입시켜 공권력을 낭비하게 하질 않나, 그렇다고 어른을 알아보길 하나, 아랫사람을 감싸는 적이 있길 하나. 무슨 짓을 저지르든 돈이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하는 김주원 사장이 매 한 대에 100만원이라 했다는, 천인공노할 폭행을 저지른 재벌가 자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인드로 평생을 살아온 남자라 할지라도 운명의 한 여자를 만난다면 얼마든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환상, 제발 그런 터무니없는 기대는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김주원 씨의 변화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건 앞서 말했듯 어머니를 비롯한 그를 에워싸고 있는 인물들의 대다수가 저울에 달아 기울지 않을 속물들이기 때문이에요. 그가 경제적으로는 물론 그 외 여러 면에서 집안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포기할 생각도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마시고요. “여자 하나 때문에 내가 가진 걸 잃기엔 난 너무나 많은 걸 가졌거든”이라는 말이 가장 솔직한 그의 본심일 겁니다. 김 사장보다는 차라리 “무대 위에서 그 누구도 나보다 우습던 적이 없어. 다 나보다 나으니까”라고 인정할 줄 아는 오스카 쪽이 훨씬 인간적이지만, 그리고 내내 라임 씨의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온 액션 스쿨 임 감독(이필립) 쪽이 훨씬 믿음은 가지만 그 어떤 남자에게라도 라임 씨의 미래를 얹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노력 하나로 살아온 지난날이 헛되지 않도록,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고되더라도 앞날 역시 스스로 개척해나가길 바랄게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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