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의 10 Voice] 구애정, 브라보 유어 라이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1213135354810_1.jpg)
MBC 의 구애정(공효진)을 보며 이 문장이 떠올랐다. 구애정은 한 때 온 국민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해 준 걸그룹 국보소녀의 가장 인기 있는 멤버였다. 그러나, 10년 후 그녀는 비호감으로 전락한 생계형 연예인이다. 하루에 스케줄이 딸랑 하나밖에 없는 날도 있고, 삼류 나이트클럽 행사를 뛰는 건 물론이다. 다음 주에도 계속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롤러코스터를 타며 자장면을 먹는 비굴한 벌칙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애정은 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 과거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새파란 후배한테 까이고, 동료한테 밟히고, 한 때 자신의 매니저였던 이에게는 따귀까지 맞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구애정이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정말 그녀가 국보소녀 해체의 원인이고, 불미스런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고, 심지어 야쿠자의 현지처이기 때문인 걸까.
구애정도, 독고진도, 당신의 고민과 다르지 않다
![[김희주의 10 Voice] 구애정, 브라보 유어 라이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1213135354810_2.jpg)
KBS 의 34세 노처녀 이소영(장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소영은 갑자기 회사에서 잘렸다. 남자 직원들은 처자식이 딸려 내치지 못하지만 그녀는 워낙 동안이라 재취업하기도 쉽고, 시집가기도 쉬울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위로와 함께. 하지만 그녀가 가진 건 동안만이 아니다. 14년의 경력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고졸 학력, 뼈 빠지게 일해 대학 보냈더니 사고만 치는 동생과 매달 이자 50만원과 월세 40만원, 엄마 약값, 그리고 신용불량자라는 딱지, 이것들도 그녀가 가진 것이다. 대학 합격증을 받고 돌아온 집에 빨간 차압 딱지가 붙어 있던 그 날부터 소영 역시 인생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뒤에 숨겨진 여성의 삶
![[김희주의 10 Voice] 구애정, 브라보 유어 라이프!](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51213135354810_3.jpg)
우리는 자주 스스로가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그래서 결코 예상한 적 없는 삶에 휘말리는 사람들은 본다.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더 솔직해지자. 우리 대부분은 어릴 적 자신이 꿈꿨던 모습으로 현실을 살고 있지 않다. 비단 삶의 황혼기에 회한에 젖어 과거를 떠올리는 어르신들만이 아니라 흔히 성공한 미래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신이 이 현실을 뒤엎을 능력이 없는 초라한 존재임을 깨달아도,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뻔뻔해질 만큼 절박하다고 좀 봐주세요”라며 독고진에게 매달리던 애정과 “이 나이까지 남들 다 가는 시집은 커녕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늙어가고 있다”며 외치던 소영. 그들이 결의와 조용한 절망을 품고 삶을 헤쳐 나가길.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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