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10 Voice] 당신이 오늘 기사에 쓴 여론, 진짜 여론입니까](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10607245613206_1.jpg)
진중권의 고현정에 대한 옹호는 문제가 됐던, 더 정확히 말해 사람들과 언론이 문제 삼았던 자신의 관련 멘션에 대한 방어 논리이기도 하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난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어서 이번엔 봐드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말로 를 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 역시 고현정처럼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혹자는 보지도 않은 작품을 헐뜯었다고 비판하지만 정확히 말해 진중권은 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그가 불량품이라 평가한 것은 이고, 그에 대한 기억 때문에 를 보지 않겠다 말한 것뿐이다. 물론 이것이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의외로 가 진중권에게도 재밌는 코미디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정법일 뿐, 그에게 그 영화를 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성급함 때문에 좋은 작품을 놓쳤다면 그건 그의 손해일 뿐이다. 결국 진중권에 대한 비난 역시 뉘앙스에 대한 불쾌함의 문제로 귀결된다.
여론의 오해, 문제의식 없는 언론이 부추긴다
![[위근우의 10 Voice] 당신이 오늘 기사에 쓴 여론, 진짜 여론입니까](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10607245613206_2.jpg)
그래서 이 일련의 사태의 진정한 문제는 상당수 대중이 그 둘을 비난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슈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이 이런 비난을 아무 고민 없이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유통하고 논란을 키우는 과정에 있다.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제한적으로 선택해, 비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방패삼고 근거삼아 특정인을 압박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본말이 뒤집힌 경우다. 대중의 비난이 있다면 그 현상의 근거를 따지는 것이 먼저지, 그것을 근거삼아 논리를 진행하는 것은 난센스다. 오히려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대중이 느낀 직관적 감정들을 합리적 언어로 정리해 공론화하는 것이지 않은가? 본인들이 가진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진중권과 고현정의 발언은 사적인 차원이라 해도 조금 성급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명인의 성급한 사적 발언보다 더 경계해야 하는 건, 문제의식 없는 공적 언론의 영향력이다. 그 힘 앞에서 누구나 진중권처럼 꺾이지 않고 반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현정은 ‘그저 기분 좋아진 여배우의 어리광이라 생각해주셔요’라고 트위터를 통해 해명해야했고, 그나마도 일부 언론은 논란 사흘 뒤의 때늦은 해명이라고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연예인이든 누구든 침묵할 권리가 있다는 상식은 이 압박의 메커니즘 앞에서 종종 무력하다. 이처럼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에도 매체의 힘은 제법 세다. 하지만 그 힘이 매체의 권위와 비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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