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은 여자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저 남으로 여기세요

물론 정인이가 누구라도 선선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며느릿감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어쩜 그렇게 다 가지가지 갖췄을까요? 결혼식 당일에 파토가 나서 찢어진 드레스하며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우리 집에 들어섰던 여자를 내 며느리로 맞아들이라니,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랍니까? 게다가 그 부모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는 철면피들이잖아요. 심지어 정인이 어머니 주희(허윤정)가 금자 씨 남편 상훈(천호진) 씨의 첫사랑이었다니 악연도 이 정도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런 꺼림칙한 자리에 누가 고이고이 키운 잘난 아들을 내주고 싶겠어요. 저는 금자 씨 마음, 백 번 천 번 이해가 가고 남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금자 씨가 속을 끓이며 그저 눈물만 짓고 있었다면 아마 다들 금자 씨를 애처로이 여겼지 싶어요. 그런데 섣불리 정인이에게나 정인이네 식구들에게나 모진 소리 줄기차게 해대시는 바람에 욕만 바가지로 듣게 되신 거잖아요. 정인이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반면 금자 씨는 오던 마음도 떠나게 만드시던 걸요. 그런걸 보면 과연 정인이가 여우는 여웁니다.
그렇다고 손자 녀석들에게 올인하시면 안됩니다
어쨌든 정인이를 아끼시는 시아버님(최불암)의 병세가 안타까워 결국 결혼을 허락하게 되셨다지만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마음을 비우셔야죠 뭐. 솔직히 정인이 부모인들 딸을 그 댁 며느리로 보내고 싶겠습니까? 또 정인이라고 금자 씨에게 맺힌 마음이 없겠어요? 저 같으면 금자 씨가 이때껏 퍼부은 폭언 중 한 대목만 가지고도 평생 한스럽게 여기지 싶거든요. 그 숱한 구박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줄 아는 정인이의 긍정적인 마인드, 그 한 가지가 백가지 흠을 다 덮고 남는다고 봐요. 세월이 흐르다보면 금자 씨가 시아버님의 병환을 두고 애통절통해하는 것처럼 두 사람도 혈연보다 더 깊고 끈끈한 사이가 되리라 믿습니다. 한때 철없는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정인이가 순수하고 속 깊은 아이라는 거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그렇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손자에게 돌릴 생각일랑은 절대 마세요. 지난번 정인이가 할아버지께 이런 말씀을 드리더군요. 아이 대여섯쯤 낳아 어머니 혼을 빼놓을까 생각 중이라 나요. 정인이 말마따나 자식보다 더 예쁜 게 손자라고는 합니다만 손자 녀석들에게 넋 놓다 보면 한 십년 지나 또 다시 낙심을 하실 게 분명하니 그냥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지들끼리 알아서 살라 하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익숙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금자 씨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보세요. 부모와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가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연습을 시작하세요.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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