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히 아물어 딱지가 떨어질 만하면 어머니가 새로운 원인 제공을 해 또 패이고, 그래서 또 피가 철철 나고, 그래도 가장 깊은 상처 자국은 아마 한지완(남지현)이 냈을 겁니다. 지완이가 고향을 떠나던 날 밤이었죠?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사람은 끼리끼리 놀아야 된다고. 오빠 같은 사람이랑 상종도 하지 말라고. 엄마가 남자들 꼬시는 다방 마담 같은 거나 하고”하며 악에 받쳐 쏘아붙이는데 아주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엄마가 니네 엄마 나쁜 여자라고 너랑 놀지 말래’처럼 잔인한 말이 또 어디 있겠어요. 무려 8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그 소리가 귀에 쟁쟁하네요.
어찌 이리 착한 남자 주변에 이런 여자들만…

늘 참으라고 강요하던 엄마와, 참지 말라 충동질 하던 지완이. 서로 달랐던 이 두 사람은 참는 법을 모른다는 점에서만큼은 같더군요. 강진 씨 어머니 말인데요. 평생을 참고 또 참았다, 너희들 잘 거두려고 간이고 쓸개며 다 빼놓고 살았다,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아들이 그렇게 질색을 하는데 왜 굳이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일을 계속하시는 걸까요. 본인도 작부의 딸로 태어나 받은 설움이 크다면서요. 게다가 강진 씨는 듣기 거북하겠지만, 솔직히 옛사랑인 지완이 아버지 한준수(천호진)에 대한 그리움을 참아내지 못해 고향인 산청으로 돌아왔던 거고, 하던 버릇 계속하는 바람에 결국 아들이 깊은 상처를 입게 된 거 아니냐고요. 그런 어머니를 이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강진 씨가 대견하더군요. 그런가하면 지완이도 그렇죠. 오빠를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 특히나 ‘차라리 지완이가 죽었으면……’이라 넋두리 하던 엄마를 견뎌낼 자신이 없어 고향을 등진 거잖아요. 오빠의 급작스런 사고로 인한 충격이 크다는 건 알지만 부모든 강진 씨든 다른 이의 마음을 살피기보다는 내 감정, 내 상처 수습이 우선인 아이더라고요.
강진 씨, 제가 참한 처자 하나 소개시켜드릴까요?

어쨌든 팬 모드여서 그런지 저는 강진 씨를 상대로 나 힘들다, 나 아프다, 마냥 징징거리는 여자들은 죄다 못 마땅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혈연이고, 첫정이고, 뭐고 다 무시한 채 마음씨 착하고, 유순하고, 배려해줄 줄 아는 예쁜 여자 만나 둘이서만 알콩달콩 잘 살라 하고 싶어요. 그렇게 다 갖춘 여자가 어디 있겠느냐고요? 왜 없겠어요. 있어요, 그런 여자. 인기그룹 A.N.JELL의 리더 황태경(장근석)의 여자 친구 고미녀(박신혜)가 바로 그런 여자인 걸요. 황태경도 이런저런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는데 고미녀로 인해 말끔히 치유되었다 하더라고요. 부디 강진 씨도 그런 여자 만나게 되길 기도할게요. 지완이가 고미녀를 보고 깨닫는 점이 있어 그 놈의 쓸데없는 죄책감을 버린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습니까.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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