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가 의사로서 역할과 복수 실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이어가는 의사 강인규를 연기하며 몰입을 높이고 있다. 그는 살인범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고, 양아버지는 죽은 동생의 장기를 멋대로 기증했다. 어려운 이를 돕는 좋은 의사가 되겠다던 꿈은 어느새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바뀌었다.
강인규는 흑과 백, 양면적인 감정을 모두 담아내야 하는 캐릭터다. 복수 앞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다. 반면 의사인 만큼 사람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잔혹함을 버리게 된다.
고경표는 독특한 설정의 강인규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따. 특히 그의 열연이 빛난 회차는 지난 6일 방송된 4회로 꼽힌다.
이날 강인규는 복수를 위해 스스로 불법 장기 밀매 현장에 뛰어들었다. 장기 적출 현장으로 끌려간 강인규는 수술대 위에서 죽은 자신의 여동생을 연상하게 하는 소녀와 마주했다. 고경표는 흔들리는 눈빛, 떨리는 목소리로 충격에 휩싸인 강인규의 감정을 그려냈다.
강인규는 소녀를 통해 자신의 과거와 마주했다. 어린 강인규는 아픈 여동생을 향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후 강인규는 내내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핏기 없이 누워 있는 소녀를 보고 여동생을 떠올린 강인규는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다. 넘어져 팔에서 피가 철철 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를 들여 업은 채 인적 드문 산길을 내달렸다.
상황에 따라 진폭을 달리하며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 고경표의 연기가 극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담아낸 그의 눈빛과 눈물은 강인규라는 인물이 지닌 깊은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