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와 슈퍼비가 20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랩으로 만났고, 역시 랩으로 친구가 됐다. 그러니까 둘 사이에 ‘랩’을 빼면 말이 안 된다. 한 사람은 원석을 알아봤고, 또 한 사람은 확신에 찬 한 마디에 삶이 바뀌었다. Mnet ‘쇼미더머니5’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그리고 재능까지 확실히 알린 슈퍼비(김훈기)와 면도(임현도)의 이야기다. 면도라는 원석을 알아본 것이 슈퍼비이고, 그의 “잘 될 거야” 한 마디에 본격적으로 랩을 시작한 것이 면도이다.
2014년, 슈퍼비는 면도를 단번에 알아봤다. 이유는 별게 없다. 잘 하니까. 그는 면도에게 “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취미로 랩을 했던 면도는 슈퍼비의 한 마디에 힘을 얻었고, 나아갈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다.
10. ‘쇼미더머니5’를 막 끝냈다. 슈퍼비 : 1년 전보다 더 행복하다. 5개월 정도를 찍었다. 그 기간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일상이 된 수준이라, 공허함도 있고 심심하다. 대신 프로그램이 끝나고 굉장히 바빠져서 행복하다.
10. 슈퍼비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면도는 처음인 만큼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를 것 같다. 슈퍼비 : 지난해 한 번 해봤으니까 휘둘리지 않으려고 했다. 참가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게 또 재미이고.(웃음) 면도 : 내게 ‘쇼미더머니5’는 애증의 관계이다.(웃음)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줬지만, 동시에 나의 단면적인 부분,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것 같다. 애증의 관계라고 해도, ‘쇼미더머니5’를 한 시간은 마치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처럼 느리게 흐른 것 같다. 많이 성장했고. 또 방송과 대중이 무섭다는 것도 느끼게 된 기회였다.
10. 슈퍼비는 미국 LA에서 예선전에 참여한 한 것이 특이하고, 신선했다. 슈퍼비 : 계기를 설명하자면, 사실 앞서 다른 스케줄을 위해 LA에 이틀 정도 머물렀다. 정말 좋더라. 그런데 스케줄이 빡빡해서 둘러보지 못 했다.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LA에서 ‘쇼미더머니5’의 예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합격하면 돌아가는 비행기 표도 준다고 해서, 갔다 오면 좋겠다 싶었다. 여행도 할 겸.(웃음)
10. 어떤 과정을 거쳐 출연하게 됐나. 면도 :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사실 시즌3부터 참여를 했다. 첫 번째는 1차 때 떨어졌고, 시즌4에서는 3차까지 갔다. 이번에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도끼&더콰이엇의 출연이다. 나온다는 소식을 알고 끌렸다. 사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성격은 아니다.(웃음)
10. 성격이 어떤가? 면도 : 평화로운 편이다.(웃음) 약간, 여유롭고 느긋한 면이 있어서 빠른 시간에 가사를 완성하고 외우고 연습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슈퍼비 : 면도는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 가사를 쓰고 싶을 때 쓰고, 그런데 ‘쇼미더머니’는 그렇지 않으니까. 일주일 안에 무조건 완성해야 하고 외우기까지 완벽히 해야 한다.
10. 전쟁통 속에 서로가 있어서 든든했겠다. 면도 : 예전에 같이 살기도 했던 슈퍼비가 옆에 있었고, 본선부터 같이 했으니까 많이 의지했다.
면도, 슈퍼비/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면도 : 슈퍼비와 ‘쇼미더머니3’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랩이 단순한 취미였다. 수의사가 꿈인데 훨씬 위에 있었다. 슈퍼비가 같이 음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고, ‘정말 잘 될 거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같이 음악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2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수의사와 래퍼가 동일선상까지 왔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주위에서 인정을 해주고 응원해주시니까 원동력이 됐다.
10. ‘잘 될 거다’라는 말이 큰 힘이 됐겠다. 면도 :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처음이었다. 그 패기에 반했다.(웃음)
10. 면도를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슈퍼비네. 슈퍼비 : 딱 봤을 때, 크게 되겠다는 말을 했다. 랩을 잘한다고 생각했고, 알아본 거다. 잘하는 래퍼를 알아보는, 원석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것 같다.(웃음) 칭찬해줄 래퍼는 칭찬해줘야 한다. 씨잼, 비와이 형과 무대에 올라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형의 무대 장악력은 확실히 배워야 할 점이었다.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떨어진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10.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른 무대도 의미가 컸겠다. 슈퍼비 : 본선 1차 무대인데, 못 해서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테고, 또 우리에게 큰 기회가 찾아왔으니까 연연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다.(웃음) 면도 : 슈퍼비는 ‘쇼미더머니5’이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아쉬웠을 거다. 나 역시 아쉽지만, 포인트가 좀 다르다. 본선까지 올라간 이상, 내가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무대를 멋있게 보여준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기록으로 남는 거니까 만족했을 거다. 그렇게 못한 것이 아쉽다. 사실 스스로 죽을 만큼, 온 힘을 다해서 연습했다고 하기도 부끄러운 양이기도 했으니까. 여러 가지 면들이 아쉬웠는데, 후회가 남지 않도록 했으면 좋았을걸 싶다.
10. 시즌5를 통해 두 사람 모두 빛을 봤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슈퍼비 : 9월 초에 새 음반을 내고 싶은데, 목표로 삼고 있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이사부터 끝내고 작업을 하려고 한다.(웃음) 뒷집과 거리가 좁아 음악 작업을 할 때 문을 모두 닫고 해야 한다. 이렇게 더운데…(웃음) 이사를 해야 음악 작업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면도 : 2차 무대에 했던 곡이 사랑을 많이 받아서, 방송이 끝나자마자 다시 작업을 했다. 곧 공개가 된다. 다른 래퍼들은 이전에 낸 곡들을 찾아보면 나오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게 중요했다. 우선 계획은 다작이 포인트다. 물론 질이 중요하니까, 챙기면서 빨리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싱글을 하나 내고 계획으로는 8월, 미니음반도 구상하고 작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