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올림픽 사격 권총 금메달리스트에서 30세 역전승을 거둔 반전의 슈퍼 재벌까지, 배우 이종석이 60분 동안 그려낸 강철의 12년이다.
MBC ‘W-두 개의 세계’(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 이하 W)가 지난 20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드라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사격 권총 결승전으로부터 시작됐다. 사격 선수 강철(이종석)이 제한시간 단 1초를 남겨두고 발사한 마지막 한 발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이는 곧 강철이 주인공인 ‘웹툰W’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후 드라마에서는 한효주의 내레이션을 통해 웹툰 주인공 강철이 지낸 12년의 세월을 요약했다. 다시 말해, 이종석은 드라마가 아닌 줄거리를 연기해야 했다.
별다른 대사도, 앞뒤 맥락을 설명할 구체적인 상황도 없었지만 이종석은 강렬한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며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리던 이종석은 18세의 강철이었고 한 순간에 가족을 잃은 것도 모자라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오열하던 이종석은 20대의 강철이었다. 이후 좌절의 시간을 딛고 일어나 슈퍼 재벌로 역전승에 성공한 30세의 강철 역시, 이종석은 능청스러움과 진지한 매력을 오가며 성숙한 어른 남자를 제대로 표현했다.
여기에 말 그대로,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은’ 이종석의 비주얼 역시 돋보였다. ‘W’는 가상세계의 강철과 현실세계의 오연주(한효주)의 움직임에 따라 일러스트가 실사로, 실사가 일러스트로 바뀌는 효과를 사용했다. 일러스트와 실사를 오가는 장면 전환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이종석의 비주얼이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시각의 마법을 이뤄냈다.
이종석은 앞서 KBS2 ‘학교 2013’을 시작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닥터 이방인’, ‘피노키오’ 등을 연달아 흥행에 성공시킴은 물론,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이후 1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종석은 ‘W’의 첫 60분에서 한 인물의 12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다시 한 번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