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적인 그녀2’에는 그러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사랑했던 그녀를 비구니로 떠나 보내야 했던 슬픔에 빠져있는 견우에게 새로운 그녀가 나타나고, 견우는 갑자기 사랑에 빠진다. 서로에게 설렘을 느끼는 순간도 없이 왜 이 둘이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 첫사랑이 찾아왔다고 해서 응당 결혼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몰래 취직을 시켜주자마자 견우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고 결혼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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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스토리 안에서 배우들은 길을 잃었다. 본 영화를 통해 ‘아시아적 소통’을 이루고 싶다던 조근식 감독이 내세운 장치 중 하나가 일본 여배우 후지이 미나다. 회사 후배인 견우에게 호감을 품으며 영화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고 하던 유코(후지이 미나)의 짝사랑은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려 관객에게 물음표만 제시한다.
세련되지 못한 연출도 ‘엽기적인 그녀2’를 B급 영화로 굳혔다. 화가 날 때 눈에서 정말 불꽃이 튄다든지,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줄 때 옷이 슈퍼맨 복장으로 둔갑한다든지 하는 1차원적 연출은 중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개그 코드다. ‘아시아적 소통’을 노리고 만든 듯한 뻔한 언어 유희도 영화와 관객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엽기적인 그녀2’를 중국 시장만을 노리고 만들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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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간 소통이나 사회적인 문제 제기는 좋은 의도지만, 감독은 정작 ‘엽기적인 그녀’를 관통하는 기본을 망각했다. 바로 사랑에 관한 ‘공감’이다. 허술한 설득력과 연출력은 관객이 견우의 두번째 사랑에 공감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감독의 거대한 의도 또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증발해버렸다. 기본을 망각하면 엽기적인 B급 영화가 될 뿐이다.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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