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유재석 김병만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공동수상은 없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대상은 한 명, 공동수상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뱉기가 무섭게 유재석, 김병만 대상 공동수상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탄생했다. ‘SBS 연예대상’에서 공동 대상이 탄생한 것은 지난 2009년 ‘패밀리가 떴다’ 유재석-이효리 이후 6년 만이다.
사실 유재석과 김병만은 올해 ‘SBS 연예대상’ 대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대상을 둘러싼 두 사람의 치열한 경합에서 쉽사리 승자를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올 한 해 유난히 예능 흉작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SBS 역시 마찬가지. 막판까지 대상 수상자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진 SBS 측은 결국 유재석과 김병만의 공동수상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결정했다. SBS의 간판 예능 ‘런닝맨’과 정규 예능으로 자리잡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까지 SBS 예능 전반을 이끄는 ‘국민 MC’ 유재석, ‘정글의 법칙’부터 ‘주먹쥐고 소림사’까지 예능을 넘어 도전의 아이콘이 된 김병만, 모두 놓치기는 힘든 카드. 결국 SBS는 공동수상으로 ‘양다리’를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결과. 그러나 시상식 중간 중간 마치 ‘하늘의 태양은 하나라는 듯’ 단독수상임을 짚어줬던 “공동수상은 없습니다”는 멘트로 이번 공동수상은 한 순간에 우스워졌다. 시청자들은 양다리의 참혹한 말로를 생방송으로 직접 확인하고 말았다.
의미가 퇴색해버린 대상 수상에도 유재석과 김병만은 가슴을 울리는 진심 어린 소감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늘 상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유재석은 “오늘만큼은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겠다”고 대상에 대한 집념을 드러냈다. 국민 MC의 바람직한 욕심이었다. 마침내 대상을 거머쥐게 된 그는 “김병만과 큰 상을 함께 받게 돼 정말 기쁘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올해 ‘런닝맨’은 많은 시청자들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올해 모자랐던 웃음, 올해 부족함은 내년에 채우겠다”고 약속했고, ‘동상이몽’에 대해서는 “멋진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많은 스태프들 감사하다. 2016년 동시간대 1등 꼭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병만은 “2013년에 받은 대상의 무게감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를 생각하면 이 상을 받고 싶었다. 이 상을 통해 스태프가 보람을 느꼈으면 한다. 똑같이 다쳤는데도 연기자 먼저 치료하라고 하면서 기다려주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하나 하나 떠오른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연예대상에서는 유난히 흉작이었던 SBS 예능의 분위기가 그대로 감지됐다. 대부분의 시상 부문이 나눠먹기, 출석상 등 의미없는 수상으로 채워지면서 연말 시상식의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남녀, 프로그램 장르까지 구분한 세심한 나눠주기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시상 때문인지, 유독 올해 ‘SBS 연예대상’ 현장 분위기는 찬물을 부은 듯 조용했다.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할 때조차 현장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브라운관을 뚫고 나올 듯한 어색함은 역시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이 날 연예대상의 화룡점정은 ‘베스트 패밀리상’ 시상에 뜬금없이 등장한 밥솥이었다. PPL을 위해 화면에 큼지막하게, 그리고 나서는 무대 위에 시상자인 김종국-하하와 함께 등장해 시청자들과 관객의 시선을 강탈한 밥솥은 그야말로 ‘연예대상의 신스틸러’였다. 화면 반 이상을 큼지막하게 가린 밥솥 브랜드 광고는 등장과 동시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 정도면 연예대상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밥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