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고세원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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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세원의 진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그는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던 무명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만약 고세원이 차가운 현실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면 케이블채널 tvN ‘막돼먹은 영애씨’의 철없는 매부 혁규는 없었을 것이고, 고세원이란 배우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일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얻은 ‘어머님의 엑소(EXO)’라는 별명도 다른 배우의 몫이 됐을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코믹한 혁규나 일일드라마 속 ‘실장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세원의 욕심이 말하는 대로 이뤄질 그날을 기대해본다.

Q.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 시즌1부터 지금까지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얼굴을 비췄다. 케이블 최장수 드라마에 개근 중인데 감회가 남다르겠다.
고세원: 처음 시즌1에 출연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장수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벌써 9년째 ‘막영애’를 하고 있는데 ‘막영애’는 찍으면서도 재미있다. ‘막영애’가 종영하는 날까지 계속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다.

Q. 영애가 결혼하는 날까지 ‘막영애’가 계속 되길 바라는 눈치다. (웃음)
고세원: 영애가 결혼한다고 ‘막영애’가 끝날까? 시청자들은 영애가 결혼하고 어떻게 사는지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웃음) 언제까지 시즌이 계속 될지는 모르겠지만, ‘막영애’는 내 고향 같은 곳이기 때문에 가능만 하다면 계속 해서 출연하고 싶다.

Q. 다른 드라마에선 주로 실장님을 맡아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막영애’에서는 아낌없이 망가진다.
고세원: 내가 연기하는 혁규를 비롯해 시즌1부터 등장한 인물들은 작가들이 배우들을 일일이 인터뷰해서 그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를 비롯한 원년 멤버들은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기가 편하다. 오래한 것도 있지만 그 인물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Q. 이번 시즌에서는 이전 시즌보다 더 세게 망가진 것 같다. 파격적인 전라노출 신이 있었을 정도니까… (웃음) 노출 연기에 부담은 없었나?
고세원: 부담을 가질 틈도 없었던 것이 대본을 촬영 이틀 전에 줬다. ‘막영애’ 작가들이 독하다. (웃음) 아무리 오랫동안 본 사이여도 그렇지 아무 말도 없이 대본을 주더라. 대본 보고 작가들한테 문자 보냈다. ‘어린 애들을 벗겨야지 왜 날 벗겨’라고.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반응이 좋아서 성공인 것 같다. 작가들한테는… (웃음)

Q. 망가진 연기가 쉽지 않은 것이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으로 보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혁규는 그렇지가 않다.
고세원: 안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악플이 전혀 없더라. 기분이 좋았다. 혁규란 인물이 허우대는 멀쩡한데 하는 행동이 일반 사람들보다 덜 떨어지지 않나. 시청자들이 연민의 정을 느끼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보다 작가들이 비호감이 안 될 정도로 혁규를 잘 표현해준다.

Q. 백수 남편을 연기했다. 혁규가 빨리 일자리를 구했으면 하는 바람은 없나?
고세원: 난 백수 캐릭터가 좋다. (웃음) 내 무명 시절도 생각나고. 그 때의 기억이 지금 혁규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도움을 많이 준다. 물론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Q. ‘막영애’의 혁규가 아닌 실제 고세원은 어떤 남자인가?
고세원: 부지런한 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운동도 자주 하는 편이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실한 남자다.
고세원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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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각보다 데뷔가 빠르다.
고세원: 97년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18년 차다. 이제 2년 만 더 있으면 데뷔 20주년이다. (웃음) 2007년에 ‘막영애’ 시즌1에 출연했던 것이 발판이 돼 2009년 KBS2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 캐스팅됐다. 그 때 악역 왕재수를 맡아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배우 고세원을 알렸다. 이후로는 감사하게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Q. 10년이나 무명으로 지낸 것인가?
고세원: 2001년에 제대한 후 하는 일마다 잘 안됐다. 이것저것 참 많이 했다. 심지어 음반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잘 안됐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다 뮤지컬에 캐스팅됐다. 뮤지컬을 하면서부터 안정을 찾았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공부도 많이 됐고.

Q. 오랜 무명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나?
고세원: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혹은 무대에 올라가서 연기를 할 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날 찾는 작품이 없고, 무명 기간이 길어지면 서서히 자신감을 잃기 시작한다. 나는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다. 힘들 때마다 내 스스로에게 ‘지금까지 잘했잖아’, ‘잘 할 수 있어’같은 긍정적인 말들을 많이 했다.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거의 세뇌하는 수준이었다. (웃음)

Q. 노래 가사처럼 ‘말하는 대로’ 됐다.
고세원: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지만, 솔직히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전에 비해 육체적으로 힘들지언정 그때보다 훨씬 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Q. 지난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어머님들의 엑소(EXO)’라는 별명을 얻었다. 실제로도 인기를 체감하는가? 어느 정도인가?
고세원: 하하, 정말 감사한 별명이다. 그런데 엑소까진 아닌 것 같다. ‘어머님들의 아이돌’ 정도? (웃음) 길거리나 식당에서 가면 어머님들이 날 알아보시고 인사를 해주시는데 마치 소녀가 되신 것처럼 반겨주시고, 좋아해주신다. 항상 감사드린다.

Q. 다양한 연령의 팬들이 좋아해주셨으면 하는 욕심도 생길 법 한데(웃음)
고세원: 한번은 커피숍에 앉아 있는데 20대 여성분이 오시더니 “고세원 씨죠?”라고 하는 거다. 내심 좋아서 “맞습니다”라고 인사했더니 그분께서 “저희 엄마가 진짜 팬이에요”라고 말씀하시더라. (웃음) 그래도 이번에 ‘막영애14’를 본 시청자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밖에 다니다보면 ‘혁규’를 알아보는 2~30대 팬들도 많이 늘었다.
고세원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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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롭게 시작한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유도 편에 고정 멤버로 합류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된 것인가?
고세원: 중학생일 때 유도를 했었다.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유도를 그만 뒀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다시 유도를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2012년부터 서울시 유도회 홍보대사를 맡았다. 이번에 ‘예체능’에서 유도 편을 시작한다는데 유도 홍보를 위해서도 당연히 출연해야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유도가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지 않나. ‘예체능’을 통해 유도가 시청자들에게 좀 더 친숙해지고, 좋은 운동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Q. 예능 고정은 처음인데 어려운 점은 없는가?
고세원: 내가 평소에 즐기는 유도를 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재밌다. 시청자들까지 재미있으시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다른 분야의 스타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인맥을 쌓고 있다. 또, ‘예체능’이 리얼 버라이어티어서 편한 것도 있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지 않나. 운동 역시 리얼이어야 하고. 연기를 할 때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예체능’도 진심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다.

Q. 운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니 에너지 소모도 만만치 않겠다.
고세원: 촬영도 촬영인데, 촬영과 별개로 일주일에 3번 개인 훈련을 한다. 총 일주일에 4번 유도를 하는 셈인데 당연히 체력적으로 힘든 구석이 있다. 예체능 말고 다른 스케줄도 소화해야하니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버틸 만하다. (웃음)

Q. 일주일에 4번이나 유도를 하는 건가? 나름 유도인인데 훈련량이 너무 많아 보인다.
고세원: 아니다. 아무래도 내가 유도 경력이 있으니 ‘예체능’ 유도부에서 나한테 기대하는 게 있다. (웃음) 그래도 확실한 1승 카드가 되려면 연습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녹화 당일까지 어떤 팀과 대결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Q. ‘막영애’에선 코믹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고, ‘엄마의 정원’이나 ‘미친사랑’, ‘별도 달도 따줄게’에선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배우 같다.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은가?
고세원: 여러 일일 드라마에서 진지한 역할도 많이 해봤고, ‘막영애’에서는 혁규로 시청자들에게 코믹의 끝판왕다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이제는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 있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진지할 땐 진지하고, 유쾌할 땐 유쾌한 옆집 청년 같은 인물. 악역을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

Q. 영화나 공연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고세원: 지난해 ‘따라지’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흥행은 잘 안 됐지만, 작품이 좋다고 많이들 칭찬해주셨다. 경력에 비해 아직까진 영화를 많이 찍은 편이 아닌데, 기회만 있다면 스크린에서도 대중들을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무대는 내가 연기를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이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공연은 막이 올라간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100% 라이브, 생방송이다. 무대에 서면 매 순간이 훈련이고, 공부다. 그래서 무대는 내가 뜨겁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뜨거운 공간이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무대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Q. 일일드라마 남자 주인공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것 같다.
고세원: 정확하다. 안 그래도 그런 고민들로 생각이 많은 시기다. 그동안 자주 보여줬던 실장님 캐릭터나, ‘막영애’에서의 혁규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한 가지 이미지에 발목 잡히는 것을 경계하는 중이다. 가정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배우로 살기 위해선 새로운 도전들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고세원: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듣는 게 목표다. 음… 사실 비호감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웃음) 대중들이 고세원이란 배우를 봤을 때 ‘기분 좋다’, ‘매력적이다’라고 말씀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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