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인턴기자] MBC ‘나는 가수다3(이하 나가수3)’가 어느덧 절반 이상의 여정을 지나왔다. 시청률은 떨어졌으나 무대가 주는 무게감은 여전히 묵직했다. 출연 가수들은 걱정과 고민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갔다.

그 가운데에서도 스윗소로우의 위치는 독특하다. 전 시즌 통틀어 유일한 아카펠라 그룹. 스윗소로우의 정체성은 그들의 약점이 될 수도,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1위의 기쁨과 7위의 아픔을 고루 맛보며 스윗소로우는 7주 째 무대를 이어오고 있다. 서바이벌이라는 가혹한 경연 구도를 배경으로 스윗소로우가 어떻게 아카펠라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왔는지 소설의 플롯을 빌려 재구성해보았다.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발단 대망의 첫 방송, 무대에 앞서 스윗소로우는 “걱정이 많이 된다. 스윗소로우는 소위 여론이 이야기하는 절절한 열창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화음을 하는 보컬 그룹이기 때문에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스윗소로우의 이날 성적은 7위, 꼴등. 변화가 필요했다. 순위에 쿨해지거나 전략을 수정하거나.

#전개 와신상담의 결과였을까.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자 스윗소로우는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의 스윗소로우는 하모니보다는 테크닉에 주력했다. 곡의 하이라이트에는 화음이 사라지고 높은 음역대의 애드립이 더해졌다. 편곡도 웅장해졌으며 선곡 또한 안전했다. 경연에 알맞은 전략이었고 덕분에 순위도 좋았다. 1라운드 1차 경연에서 스윗소로우는 ‘마법의 성’으로 2위를 차지했고 2차 경연 ‘바람이 분다’는 1위의 쾌거를 이루었다. 헌데 이상하다. 테크닉이 화려해질수록 무대는 평범해졌다. “죽을 각오로 노래하겠다”는 멤버들의 다짐은 숫제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위기 스윗소로우는 2라운드 1차 경연 ‘서른 즈음에’를 기점으로 변화를 꾀한다.1절에서는 하모니를, 2절에서는 웅장함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바람이 분다’의 전략을 답습하긴 했으나 아카펠라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1절을 완성했으며 하이라이트에 이르러서도 애드립 라인을 정돈하고 화음을 놓치지 않았다.

2차 경연 ‘바운스(Bounce)’에서 이러한 변화는 정점을 찍는다. 경쾌한 스캣과 깔끔한 화음은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웅장한 편곡도 처절한 울부짖음도 없었지만 산뜻함과 청량감만으로도 존재감이 충분한 무대였다. 순위는 떨어졌으나 음악의 색깔은 더욱 독보적이었다.

#절정 허나 위기가 찾아왔다. 3라운드 1차 경연에서 정인과 함께 부른 ‘오르막 길’이 7위를 기록하며 탈락 위기에 처한 것. 스윗소로우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검증된 길을 갈 것인가.

스윗소로우는 위험을 택했다. 밴드의 자리를 비우고 스스로 악기가 되었다. 여기에는 멤버 송우진의 활약이 특히 빛났다. 그는 베이스를 맡아 부르며 멜로디의 무게중심을 지켜갔다. 돋보일 기회는 적었지만 묵묵히 하모니의 토대를 마련했다. 덕분에 멤버들은 망설임 없이 감정을 이어갔고 침착하게 하모니를 쌓아갔다.

큰 위험을 감수한 만큼 감동은 압도적이었다. 곡의 후반부, ‘사랑이야’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스윗소로우가 흡사 자신의 인생을 토해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

#결말 스윗소로우는 박정현처럼 애드립을 구사하지 못한다. 양파나 소찬휘처럼 ‘왕년에 한 가닥’ 하지도 못했고 하동균처럼 여심을 사로잡을 줄도 모른다. 하지만 스윗소로우에게도 박정현이나 소찬휘, 하동균과 양파가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 덕분에 스윗소로우는 지난 10년간 가요계에 살아남아 노래할 수 있었다.

스윗소로우에게 고한다. 죽을 각오는 필요 없다. 다만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경연 1위의 야망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야망을. “멋있는 척 하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다”던 야망을.

텐아시아=이은호 인턴기자 wild37@
사진. MBC ‘나는 가수다3’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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