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오세림 인턴기자] ‘우리 오빠’, 혹은 ‘내 새끼’ 가 TV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 것을 싫어할 아이돌 팬은 아무도 없다.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를 논할 정도로 아이돌 그룹이 살아남기 힘든 요즘 연예계에서 한 번이라도 더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아이돌에게도, 팬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런데 모든 팬들이 입을 모아 출연에 결사반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출연하는 동안 팬 사이트가 ‘발암’을 포함한 표현들로 도배되며, 하차가 결정되면 ‘축 하차’ 트윗이 타임라인을 가득 채운다. 동시에 다른 아이돌 팬들이 ‘다음이 내 아이돌은 아니어라’ 하나같이 빌게 된다. 대체 이런 ‘이상한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 아이돌 팬이 폐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예능 프로그램 TOP3를 꼽았다.

#‘심쿵이라니, 쿠크 박살이 아니라?’ – MBC 에브리원 ‘천생연분-리턴즈’

MBC 에브리원 ‘천생연분-리턴즈’
MBC 에브리원 ‘천생연분-리턴즈’
MBC 에브리원 ‘천생연분-리턴즈’

연애 버라이어티 MBC ‘천생연분’이 MBC에브리원 ‘천생연분-리턴즈’(이하 천생연분)라는 이름으로 부활한다는 소식에, 아이돌 팬들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다. 예상한대로, 샤이니 태민을 필두로 많은 아이돌이 출연 소식을 알리며 팬들의 심장은 연약한 쿠크다스처럼 아주 산산조각이 났다. ‘천생연분’ 이유정 PD는 지난 9일 열린 ‘천생연분’ 제작발표회에서 “1박 2일로 스타들이 MT 가듯 리얼 썸을 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2015년에는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심쿵심쿵’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는 이번 ‘천생연분-리턴즈’에서 이 말은 팬들에게 있어 말 그대로 심장이 땅 끝까지 ‘쿵’하고 내려앉는 것이었을 테다. ‘리얼 썸’에 초점을 맞춘다는 소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이 진짜로 썸 타는 것처럼 보이게끔 연출 하겠다”는 말과 같다.

‘러브 폰’ 등 이른바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들은 팬들을 더욱 열받게 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진심이든 가식이든 “어제 처음 봤지만 널 사랑해”하는 식의 삼류 로맨스에서도 못 볼 말을 내뱉는 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봐야한다니! 게임을 하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래 저건 비즈니스야”하고 애써 마음을 부여잡을 수 있겠지만, 쉬는 시간에 날릴 ‘카톡’에까지 관대할 수 있는 팬은 드물 것이다.

팬이라면 방송서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내 아이돌이 대중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길 바라겠지만, 리얼 연애버라이어티에서 열심히 한다는 건 ‘진짜 같은’ 썸을 통해 ‘커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말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않는대로 내 아이돌은 또 욕을 먹는다. 혹여나 이때의 인연으로 실제 연인이라도 된다면? 말할 것도 없다. 같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비슷한 기획에서 만난 아이돌 커플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한 사례가 있다. 해당 아이돌의 팬들은 채 두 달도 연명하지 못한 그 프로그램을 아직도 뼈저리게 기억한다. 열심히 하면 하는대로, 안 하면 안하는대로 결국 상처는 팬에게 돌아가는 이 프로그램, 아이돌 팬들이 결사반대할만하지 않은가.

#‘세륜우결, 더 이상의 ’망붕‘은 naver…’- MBC ‘우리 결혼했어요’

MBC ‘우리 결혼했어요’
MBC ‘우리 결혼했어요’
MBC ‘우리 결혼했어요’

2008년의 시즌 1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 시즌 4까지 방영되고 있는 MBC의 장수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는 단언컨대 아이돌 팬들이 가장 출연을 꺼리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 부부로 등장하는 두 출연자는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커플을 연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가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그들은 제법 조직적으로 팬 사이트를 장악해 팬덤을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흔히 ‘망붕’이라 부르는 사람들이다.

‘우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러한 ‘망상분자’를 양산한다는 것에 있다. ‘우결’에 출연했던 아이돌 가수의 팬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오래 골치를 썩어야 했다. 이‘망붕’들은 ‘우결’속의 가상부부가 실제로도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고 굳게 믿으며, 커플 중 누군가가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할 경우-심지어는 그것이 팬들을 향한 위로의 말이라 할지라도-상대방을 비난하고 상대방 하는 일에 훼방을 놓는다. 상대방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스토커만큼이나 그들의 착각은 공고하다. 차라리 “내 아이돌, 걔 말고 다른 애랑 만난다!”고 팬들이 말하고 싶어지는 이런 상황,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이정도 수준은 아닐지라도, ‘우결’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이 열애설에 휩싸일 경우 포털의 댓글은 ‘그럼 남편(아내)은 어떻게 하라고’로 도배된다. 여자 친구가 있든 없든 “저는 팬 여러분을 가장 사랑해요” 라고 외칠 의무가 있는 아이돌에게 있어 이러한 시선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슈퍼주니어 이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특-강소라의 ‘우결’ 촬영 당시 열렸던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슈퍼쇼 4’에서 이특은 공연중 강소라에 프러포즈 이벤트를 한 바 있다.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는 다른 그 어떤 종류의 공연보다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연대가 강하게 이루어진다. 최소한 그 공간에서 아이돌은 세상에서 팬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우결’의 촬영으로 인해, 이특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공연장을 찾은 팬이 아니라 함께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상대역에게 이벤트를 해주어야만 했다. 팬들의 기분이야 어찌됐든, ‘망붕’들은 이러한 사건을 통해 그 믿음을 굳게 다졌으리라.

‘우결’을 통해 잘 됐던 커플도 있기는 하지만, ‘우결’ 이후, 혹은 도중에 다른 사람과의 열애와 결혼이 밝혀진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붕’들의 망상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배우 강소라의 인스타그램에는 수년 전 함께 ‘우결’에 출연했던 슈퍼주니어 이특의 이야기를 꺼내는 팬들이 존재한다. 아이돌 팬들이 다시 한 번 ‘1일 1 우결 폐지 기원’을 벌이는 이유다.

#‘스타등용문, 혹은 아이돌 고생 선수권 대회’ – MBC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MBC ‘아육대’
MBC ‘아육대’
MBC ‘아육대’

2010년 추석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이하 아육대)라는 이름의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던 ‘아육대’는 이제 명절마다 찾아오는 MBC의 명절 특선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아이돌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체육돌’ 호칭을 얻으며 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육대’는 위의 두 가지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팬들이 기피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팬들은 더욱 강력하게 참여를 원하지 않기도 한다. 부상의 위험 때문이다.

‘아육대’를 통한 부상은 화려한 무대를 선보여야만 하는 아이돌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상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육대’의 문제는 부상의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운동이 주종목인데다 직업상 부상이 치명적인 아이돌을 그 출연 대상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투혼’이라는 이름의 부상으로 내몰게 되는 환경을 만든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결국 방송에 자주 비춰지는 것은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는 기존의 인기 아이돌이다. 결국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들은 단 한 컷이라도 많이 잡히기 위해 무리를 할 수밖에 없고, ‘체육대회’라는 상황 속에서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혈기왕성한 승부욕의 젊은이들 아닌가.

부상은 활동에 직격탄을 날린다. 2014년 1월 ‘아육대’로 다리부상을 입은 AOA 설현은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짧은 치마’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 또한 2015년 1월 ‘아육대’를 통해 부상을 입은 엑소 타오는 3월 열린 EXO의 단독 콘서트에서 많은 무대를 빠져야만 했다. 사실상 아이돌에 활동에 있어서는 부가적인 예능 출연이 본업인 무대를 방해한 셈이 됐다. 유난히 팬들의 촬영 등을 심하게 규제하는 ‘아육대’측에 대해 팬들이 “다치는 것을 은폐하려고 사진도 못 찍게 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릴 정도니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예쁘고 잘난 아이돌들을 하루종일 한 자리에 몰아놓아 그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하고, 그걸 팬들이 제 눈으로 목격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너네 연애하는 거 보려고 하루종일 고생하는 거 아니거든!”, 보러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들어가서도 힘든 ‘아육대’가 팬들의 폐지 ‘소취’ 1순위 프로그램으로 정착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텐아시아=오세림 인턴기자 stellaoh@
사진. MBC, 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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