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와 보수라는 맥거핀" src="https://imgtenasia.hankyung.com/webwp_kr/wp-content/uploads/2013/04/AS104EiUBXnY4wRXnOI.jpg" width="471" height="269" align="top" border="0" />

SBS <내 연애의 모든 것> 3회 4월 10일(수)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수영(신하균)이 입원한 곳으로 찾아온 노민영(이민정)은 멀쩡하게 병원을 배회하는 수영을 마주치게 되고, 병원에서 옥신각신하며 몸싸움을 하다 결국에는 김수영의 상반신이 노출된 사진을 찍게 된다.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노민영은 법안 상정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투표에 대해 김수영 스스로가 진실을 밝히도록 협상을 하고, 이에 김수영은 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투표과정의 불미스러운 일을 국민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이미 상정된 법안의 무효화가 불가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노민영에게 정치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민영의 정책보좌관인 송준하(박희순)은 노민영에 대한 애뜻한 마음을 숨기며 김수영과의 관계를 말없이 지켜본다.

리뷰
로코물(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줄임말)의 대표작들을 상기해 보았을 때,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화학적 작용을 가져다주는 극적 장치는 바로 ‘아이러니’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도무지 두 사람이 사랑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연애를 시청자와 그들이 속한 세계 속 인물들에게 설득하는 알콩달콩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대리만족과 함께 달달함을 이입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계급적 차이, 또는 계약관계의 갑과 을의 두 인물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주었었고, 비호감 연예인과유명 한류스타와의 사랑을 그린 <최고의 사랑> 또한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짐짓 서로 첨예한 대착점에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대립되는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누군가의 트라우마(심장질환, 교통사고)와 (라캉의) 외부적 실재의 침입(계약연애)으로 인하여 서로 같은 흙탕물을 뒤집어 쓰게 되고 젠더(Gender)적 교합을 통해 해피엔딩을 이룬다.

<내 연애의 모든 것> 또한 이러한 로코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며 김수영과 노민영의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는 결코 양립이 불가능할 것 처럼 보이는 진보와 보수, 여당의원과 야당의원의 위치에 놓여있지만, 우연찮게 발생한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서로 얽히게 되고, 각자의 트라우마로 형성된 컴플렉스를 서로 자극하며 사랑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극 중 주인공을 대표하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의 대립은 일종의 맥거핀으로서 작용하게 되는데, 2회에서 보여준 기성정치에 대한 두 주인공의 환멸을 통해 짐작하기에는 결국 이 드라마의 대립은 김수영과 노민영으로 대표되는 초선의원의 윤리적 자의식과 기성정치의 부패인 것이다. 타락한 질서에 맞설 수 밖에 없는 두 인물은, 실은 이 세계에서 가장 서로를 잘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이야기의 원형을 유지한 채 소재의 지속적인 변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로멘틱 코미디 계보에서 <내 연애의 모든 것> 또한 이러한 작법의 충실한 이행자처럼 보인다.

전반적인 조명의 톤앤매너(Ton&Manner)가 지나치게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점과 씬(scene)마다의 완결성이 두드러져 이야기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은 태생적 한계인 동시에 이 판타지에 비현실성을 더욱 과장함으로써 역으로 일관성을 준다. 물론 극의 종결까지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상상적 몰입은 이 드라마의 큰 특징인 동시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2회분은 정치판에서 종특이성으로 분류되어 있는 김수영과 노민영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며 향후 이러한 동질감이 연애의 감정으로 발전함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정치를 소재로 삼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내적인 리듬상으로 조차 정치세계의 생리와 주인공을 떠받치는 컨텍스트를 배제함으로서 기이한 판타지의 공간으로 드라마의 정서가 ‘이관’되어 버렸다.

드라마를 관전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경향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원작과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기대하는 것도, 문제의식을 요구하는 것도 어쩌면 드라마가 소비되는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비현실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의 무정치성은 역설적으로 배제의 논리가 내포되어 있으며 향후 연애의 완성을 정치의 상상적 화해로 뭉뚱거릴 가능성 커보이는데, 이는 나쁜 정치 영화의 예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전례처럼 될까 우려스럽다.

극중 케릭터에 이입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의 노력도, 그들의 케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찾지 못한다면 공허한 울림이 될 공산이 크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정치를 맥거핀 삼아 로꼬물의 새로운 형태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 무거운 정치의 함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함으로써 물 한잔 마시지 못한 채 먹게 되는 스테이크 한 접시와 같은 불쾌한 포만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수다 포인트

- “진보든 보수든 나발이든 상관없이 너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어”

(엄마가 진보당 의원이여서 명품백을 사기에 망설여진다는 딸을 위해)

- “신하균 씨의 옥스포트 셔츠에 잘 매칭된 스테이플러의 금속 질감이 굉장히 좋은 콜라보레이션처럼 보이네요”

(프로젝트 런웨이 청와대 시즌2 심사위원의 말)

- “이렇게 술집에서 양주나 마시고 하는 걸 고객과 국민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회식자리에 참석하기 싫은 신입사원이 팀장에게 던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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