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대화를 끝낸 후, 자신이 그때까지 쌓아놓은 성취가 주변의 여러 도움을 통해 빚어진 결과물이라는 겸허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그는 자신을 좀 더 책임감 강한 배우로 성장 시켰다. 달라진 작품선택은 그의 변화를 반영한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속 천사 이국수, 영화 <사이코메트리>의 사이코메트리 김준은 “배우로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4년 전 어느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소감으로 했던 그 자신의 말을 기억하고 실천하게 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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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데블스 에드버킷
1998년 | 테일러 핵포드
김범: 키아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두 배우입니다. 또 악마를 변호한다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참신하게 다가왔던 영화였죠. 이 영화를 보며 알 파치노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라는 캐릭터 연기를 보고 존경했던 기억이 나요. 악마의 유혹에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와 내면 갈등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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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년 | 닐 조던
김범: 각종 뱀파이어물, 좀비물들이 각광을 받는 요즘 뱀파이어 캐릭터에 남다른 욕심과 관심이 있는 저는 20년 가까이 된 이 영화가 유독 기억에 남아요. 국내에서도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톰 아저씨’ 톰 크루즈와 뱀파이어와 정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 인물 중 한 명인 브래드 피트와의 만남. 톰 크루즈의 첫 내한 홍보 영화이기도 했다고 하네요. 종족 번식을 위해 힘없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물지 않는 뱀파이어의 규율을 깨고 어린 뱀파이어와 두 남자 뱀파이어의 몇 백년 동안 이어지는 우정, 사랑 이야기들은 매력으로 다가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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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랑의 블랙홀
1993년 | 해롤드 래미스
김범: 여러 영화기법을 물론 CG 등 기술발전에 따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타임슬립 영화들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죠. 헌데 이 영화는 요즘의 타임슬립 영화와 뗄 수 없는 SF 장르가 아닌 로맨스물이라는 점이 독특해요. 자기중심적이던 주인공이 내일이 없는 오늘만 존재하는 나날의 연속을 겪으며 오늘과 내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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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메멘토
2001년 | 크리스토퍼 놀란
김범: <인셉션>,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더불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독특한 구성과 소재의 영화죠. 시간의 왜곡된 흐름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자아분열, 기억상실에 대한 혼란, 사건에 대한 추리에 따른 분노, 상실감, 슬픔 등 여러 폭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영화 평론가들을 비롯한 여러 관객들의 영화 분석욕구를 자아내게 했던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시간에 대해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런 생각을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 내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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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김범의 다섯 번째 추천: 인 타임
2011년 | 앤드류 니콜
김범: 긴 휴식기간 이후 <빠담빠담>이라는 작품을 만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천사로서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던 제게 정말 참신한 소재로 다가왔던 영화였어요. 모든 화폐단위가 시간이 돼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시간으로 지불하며 그 속에서도 시간의 가치로 인한 싸움들,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도 그려내었던 영화였죠. <가타카>로도 유명한 앤드류 니콜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조금은 미흡한 구성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소재의 참신함과 현재 내가 느끼는 시간의 소중함이라는 소재에 추천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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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실천하는 배우, 김범
연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 한 선생님이 했던 “영화는 유일하게 인간으로서 신의 영역을 침범해 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작업이다. 몇 백 년 전 조선시대로 돌아가기도 하며 먼 미래의 가상세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배우는 천사가 되기도 하며 악마의 형상을 하기도 하지 않나.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 자아를 초월하는 작업이 바로 영화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으며 배우로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는 김범은 자신의 소중한 영화들을 펼치며 무엇보다 영화와 배우가 가진 힘을 믿노라고 말했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현재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됐다는 그는 그래서 더 나은 미래와 누구보다 가까이 향해 있다.
글.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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