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경규의 오랜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오래전부터 영화를 향한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던 그다. 1990년대 초반 <몰래카메라> 등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경규는 감독 각본 주연 기획 등을 도맡아 영화 <복수혈전>(1992)을 세상에 내놨다. 섣부른 도전의 결과는 참패. 스스로도 ‘자뻑’으로 만든 것이라고.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2007년, 제작자로 영화 <복면 달호>를 개봉시켰다. <복면 달호>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게 되면서 이경규 역시 영화 제작자로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또 망하려고 영화하나’란 부정적인 시선도 어느 정도 이겨냈다. 그리고 <복면 달호> 개봉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3년 5월, 이경규는 영화 <전국노래자랑>을 들고 다시 한번 대중의 심판대에 섰다. <복면 달호> 때와 달리 전면에 나서 영화 알리기에 적극적인 이경규, 그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영화들’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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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의 아들
1980년 | 유현목
이경규: 유현목 감독님은 대학시절 교수님이었다. 재학시절 감독님께서 이문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람의 아들>을 찍었는데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교수님과 함께 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벤허> 등 종교 관련된 영화가 많았는데 <사람의 아들>을 보고 나서 유현목 감독님께 “지금까지 본 종교 영화 중 최고의 종교 영화”라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그 말에 굉장히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개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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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랜 토리노
2009년 | 클린트 이스트우드
이경규: 아주 작은 이야기를 가지고, 소소하게 잘 풀어냈다. 굉장히 서민적인 이야기지만 굉장히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미국 사회의 문제점도 적절히 녹아나 있다. 무엇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가 아주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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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파이란
2001년 | 송해성
이경규: 잘 알다시피 <파이란> 주연을 맡은 최민식 씨가 대학교 후배다. 그래서인지 최민식 씨가 출연한 영화를 다 좋아한다. 그 중 한 편이 바로 이 작품이다. 최민식 씨의 연기가 정말 돋보였고, 감동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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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년 | 윤종빈
이경규: 최민식 씨가 출연한 영화 중 <파이란>과 함께 대표작으로 손꼽는 작품이다. 80년대를 관통한 아버지 세대가 자식들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러면서 범죄에 휘말려 허세를 부리는 내용인데 정말 재밌게 봤다. 최민식 씨의 연기는 이번에도 역시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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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건축학개론
2012년 | 이용주
이경규: 누구나 젊었을 때 한 여자를 좋아했고, 한 남자를 좋아했을 것 같다. 그 순수한 첫사랑의 이야기를 교차해 가면서 보여줄 때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나이 드신 분들도, 또 지금 그 나이에 해당되는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잘 빚어서 만들어놓은 영화라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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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라는 꿈을 찾아가는, 이경규
이경규는 영화<복면 달호>에 이어 다시 한 번 노래를 소재로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자신이 닮고 싶은 송해에게 바치는 영화기도 하다. 이경규가 30년 이상을 이어온 장수프로그램 KBS1 <전국노래자랑>을 영화로 옮기게 된 이유다. 이경규는 실제 TV에 나왔던 사연을 모으고, 살을 붙여가며 ‘노래를 통해 뭔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자의 사연을 품은 노래들은 한층 진정성 있게 전해졌고, 눈물과 웃음 그리고 감동을 선사했다.
이제는 영화 제작자로서, 어엿한 ‘영화인’이라 불릴 만하다. 앞으로도 영화 제작자로서의 길을 꾸준히 걸을 각오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걷는 그의 모습이 오랜 꿈을 향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감독’ 이경규를 머지않아 볼 수 있길, 그의 꿈을 응원해 본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인앤인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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