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간첩>, <은밀하게 위대하게>, <간첩>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간첩 리철진>, <이중간첩>, <은밀하게 위대하게>, <간첩>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간첩은 무엇으로 사는가 비밀리에 적대국의 내정·동정 등을 탐지하여 보고하는 자, 또는 자국의 비밀을 수집하여 적대국에 제공하는 자. 영어로는 스파이(spy). 높은 철책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이 대치중인 한반도에서 ‘간첩’은 실제로 존재하기도 했고,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 탓인지 간첩은 한국 영화에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간첩이라는 소재는 대개 스토리 전개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치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간첩의 특성상 정체를 감추거나 파헤치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간첩이라도 영화마다 부각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간첩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영화 속 간첩도 조금씩 달라진 것이다. 김윤진,(왼쪽) <이중간첩> 한석규" /><쉬리> 김윤진,(왼쪽) <이중간첩> 한석규
사랑만 있으면 되지 않갔어?ADVERTISEMENT
영화 <이중간첩>의 임병호(한석규) 역시 사랑에 흔들렸고, 결국 비극을 맞았다. 이중간첩 임병호가 남파된 고정간첩 윤수미(고소영)와 사랑에 빠졌으니, 일종의 ‘사내 커플’이다. 임병호와 윤수미는 이념이 개인의 삶을 짓누르는 한반도를 떠나 브라질에 정착한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 역시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간첩은 조국 외엔 누구도 사랑해선 안 되는 걸까.
유오성(왼쪽), <간첩> 변희봉 김명민" /><간첩 리철진> 유오성(왼쪽), <간첩> 변희봉 김명민
돈 나고 간첩 났지 간첩 나고 돈 났습네까?ADVERTISEMENT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의 간첩들은 어떨까. 영화 <간첩>에는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간첩들이 그려진다. 불법 비아그라를 판매하는 ‘김과장(김명민)’은 전세금이 오를까봐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가장이고 부동산 중개업자 ‘김대리(염정아)’는 애 키우랴 일하랴 바쁜 ‘워킹맘’이다. 소를 키우며 FTA에 반대하는 ‘우대리’도 간첩이고, 매일 탑골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독거노인 ‘윤고문’도 간첩이다. 하긴, 십년 넘게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일자리를 구하고 승진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당에서 지원금이 나와 봐야 얼마나 나오겠나. 또한 직업이 없으면 정체를 들킬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그래서 간첩들에게도 대출상담이 필요한 것이다.
강동원(왼쪽),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의형제> 강동원(왼쪽),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동무는 얼굴 뜯어먹고 사시라요ADVERTISEMENT
5일 개봉을 앞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도 ‘꽃미남 간첩’이 등장한다. 그것도 세 명이나.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등 ‘만화 같은’ 배우들은 원작 웹툰과의 높은 싱크로율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들은 각각 동네 바보, 기타리스트,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조국의 지시를 기다린다. 영화에서 간첩 역할을 맡은 세 명의 배우는 우월한 비주얼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나름대로 잘 소화했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후반부 액션신은 늘어진다.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꽃미남 간첩’만으로는 부족했다. 간첩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와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영화 속 간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설득력이다. 얼굴이 잘생겼든, 사랑에 목숨 걸든, 돈 하나만 쫓든 그 캐릭터의 행동이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간첩은 무엇으로 사는가.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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