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튼.

“원래 몰골이 메이슨인데, 저 분 덕에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웃음)
틸다 스윈튼은 매우 유쾌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틸다 스윈튼, 국내 취재진과 라운드 인터뷰를 앞두고 스태프 한 명이 그녀의 화장을 매만졌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취재진에게 그녀가 꺼낸 인사말이다. 이렇게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또 노트북을 ‘빠르게’ 두드리는 취재진에 놀라움과 함께 “노트북 치고 난 손을 물에 담그면 ‘치~’(불이 꺼질 때 나는 소리) 소리 나겠다”며 물이 담긴 컵에 직접 손을 갖다 대는 시늉을 할 정도다. 이 같은 유쾌함이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영화 ‘설국열차’ 스틸 이미지.

“봉준호 감독이 파티에 저를 초대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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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의 2인자인 메이슨 총리 역을 맡아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과시한다. 하지만 하마터면 그녀의 ‘명품연기’를 못 볼 뻔했다. 2011년 당시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녀다. 다시금 스크린으로 부른 건 바로 봉준호 감독이다. 틸다 스윈튼은 “그 당시 독립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걸 끝나고 나니 굉장한 추수를 한 농부처럼 지쳐 있었다”며 “더 중요한 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녀에게 봉준호 감독은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이를 두고 틸다 스윈튼은 ‘휴가’, ‘파티’라고 표현했다. “다음에도 두 번 다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은데 봉 감독이라면 하고 싶다. 나에겐 이 영화를 찍는 게 휴가였다. 일단 직접 저에게 왔고, 프로덕션 제안도 안했고, 스폰서를 잡기 위해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안했다.(웃음) 모든 파티 준비를 다 끝내놓고, 저를 초대해 주셨다.”

틸다 스윈튼.

“알프레드 히치콕과 같은 수준이 아닐까.”

틸다 스윈튼은 그간 수많은 명감독과 작업을 해 왔다. 그런 그녀가 생각하는 봉준호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질문이 던져지자 유쾌했던 틸다 스윈튼은 갑자기 진지 모드로 변했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세계에 푹 빠진 듯 했고, 다시 촬영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데 ‘어떻게 영화가 살아 있지’ 싶더라. 영화를 같이 찍어 보니 내가 달인의 틀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봉 감독은 모든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이다. 백과사전처럼. 또 배우, 스태프 등 모두 재갈을 물려놓고, 고삐를 잡고 있다가도 ‘액션’을 외치는 순간 바로 놓고, 무한 자유를 준다. 이렇게 봉 감독과 작품을 하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니 ‘이렇게 촬영을 하니 찍어보지도 않고도 전율을 느끼게 되는구나’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이 일은 안 해봤지만 좋아하는 감독이 알프레드 히치콕인데 (봉 감독도) 같은 수준이 아닐까 싶다. 봉 감독의 독특함도 전매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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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배우가 됐다.”

세계적인 명성이 자자한 틸다 스윈튼.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직도 ‘반신반의’다. 애초 배우의 꿈도, 배우가 될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대학시절 작가를 꿈꿨던 그녀가 배우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친구 때문. 틸다 스윈튼은 ‘컴퍼니’(Company)란 단어를 사용했다. 여하튼 오디션 보러 가는 친구 따라 갔다가 연예계에 데뷔한, 국내 몇몇 스타들의 시작과도 같다. 세계적인 명배우의 시작도 남다르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과 배우를 한다는 게 같은 에너지를 쓰는 것 같다. 배우를 시작했을 때 작가로서의 에너지를 다 뺏긴 것 같다.(웃음) 여하튼 배우는, 연기는 친구가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한 작품 끝나면 ‘이게 마지막이야. 연기 안 해’ 하는데 그러다가 봉 감독이 제 인생에 들어온다. 그러면 또 다시 연기를 시작하게 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isa.co.kr
사진제공. 앤드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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