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호군이 5개월전 나와 함께 술을 한 잔 하며 썰렁한 개그를 하던 모습
“형 미안해요. 이게 내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씨X 개X끼야 ?X 뭘 봐 미X놈아…아, 형 미안해요. X발 ?X X같은 X같은…”욕을 했다가 사과를 했다가를 반복하더니 뭔가 불편한 듯, 나오는 말과 행동을 멈추려는 듯 “헛! 헛! 아아아 헛헛!”하며 큰소리로 헛기침을 연달아한다. 이 친구의 행동과 욕설 때문에 대화가 멈춰도 이 친구는 미안한 듯 다른 주제로 계속해서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다.
“형 어젠 뭐했어요?”
“내가 어제 뭐했는지 니가 왜 궁금해?“
“아니, 형 어제 뭐했는지 그냥 궁금해서요. 형, 형, 그럼 내일은 뭐하실 거예요?”라며 주절주절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밖에 나가 크게 소리 지르고, 다시 들어왔다 나갔다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이런 욕설과 반복된 이상한 몸동작을 ‘틱(장애)’이라 한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잘 몰랐지만 이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틱은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건데 몇 년 이상 이런 틱이 지속되는 걸 ‘뚜렛’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이 친구는 행동만 반복하는 행동틱도 있지만 음성틱이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흉내 또는 욕설 등을 자기의 의지에 상관없이 거침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또 욕설을 퍼붓는다.
내가 이 친구를 만나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길 나눌 때 나에게 욕을 더 많이 했던 게 내가 그 모임에서 제일 연장자라 나에겐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유독 나에게 더 많은 욕을 했다고 한다. “신경 써야지. 조심해야지”하면 그게 욕으로 나온다는 거다. 이 친구는 틱 때문에 힘든 사춘기를 보내서인지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면서 틱과 틱장애인에 대한 모습을 알리려고 노력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뚜렛과 틱장애에 대한 소개가 적혀있는 명함을 본인이 직접 만들어 불편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다. 심지어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입에 청테이프까지 붙여 가며 틱을 숨기려 했고 참아 보려 노력 했었다.
홍기호군이 직접 만든 명함
이 친구와 함께 지하철을 몇 번 타본 적이 있었는데, 난 휠체어를 이용하니 장애인석에 자리 잡았는데 이 친구는 장애인석이 아닌 지하철 연결 칸에 자릴 잡았다. 그곳에서 혼자 고갤 숙이고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본의 아니게 쏟아지는 욕이었을 거다. 그러다 날 쳐다보며 살짝 웃기도 하고…웃는 모습이 귀여웠기에 이 친구의 욕이 친근해졌고 진심이 담긴 친근함 덕에 요즘 이 친구는 자기보다 몸이 더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보조인(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며칠 전 전화를 했다. 사실 이 친구는 전화통화 보단 문자나누길 좋아했는데 몇 번 통화해봤기에 뭐 별다른 생각 없이 전화를 했는데 기호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 홍기호씨 번호 아닙니까?”
“누구세요?”
“홍기호씨 번호맞죠? 전 아는 형인데요?”
“기호가 전화를 못 받아서요.”
난 틱(욕을 하기에) 때문에 전화를 못 받는다고 하는건지 알고
“아, 전 괜찮아요. 기호 좀 바꿔 주실래요?”
“누구시냐구요?”
“저 강원래라고 하는데…기호가 전화를 못 받는 상황이면 제가 문자로 할게요”하니 “잠시만요” 하며 전화를 누군가에게 바꿔준다.
“안녕하세요? 저 기호 아빠입니다. 평소 기호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기호가…”
“기호 어디 갔나요? 좀 있다 전화 할까요?”
“아니,기호가 세상을 떠났어요. 하늘나라로 갔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네?” 라는 물음과 함께 난 숨을 못 쉬었다. 그리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네 알겠습니다”하곤 전화를 끊었다. 왜? 세상을 버리고 하늘나라로 갔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마나 이해를 할 수 있었기에 왜 그랬냐고, 어떻게 죽었냐고, 묻질 못했다. 죽은 이유를 물어서 뭐할 것이며, 그 이유를 알게 된다고 해서 또 뭐할 건지…
“욕을 실컷.실컷 ,그것도 편하게,.막 해보고 싶어요. 형. 전요, 욕 잘하는 개그맨이 되는 게 꿈이에요…캐릭터 자체를 욕하는 걸로 만들면 제가 하는 욕들, 갑자기 튀어나오는 욕들도 재밌게 느껴질지 몰라요. 형, 제가 개그맨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하하”라며 자기 꿈에 대해 내게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물론 욕과 함께 말이다. 이 친구가 진짜 개그맨의 끼가 있는지 오디션을 한번 봐달라고 친구 홍록기(개그맨/자기이름과 비슷해 팬이라고)와의 미팅을 구두로 약속까지 해놨는데 이젠 그의 꿈을 펼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그가 나에게 욕하고 나선 미안하다고 사과하다가 또 욕하고 난후 “형 사실은 진심이예요” 하며 웃는 모습이 그립다. 쑥스러운 듯 귀여운 미소로 나에게 욕을 하며 웃음을 줬던 기호가 그립다.
기호야. 이제는 불편한 시선과 편견이 없는 곳으로 갔으니 그곳에서 신나게 움직이고 신나게 소리쳐도 될거야. 니 맘대로 말이야…
틱장애인 홍기호군(1988~201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지 12년
그동안 넘어진적 많고 포기한적 많고 화내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때 마다 다시 일어나려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중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강원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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