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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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은 무엇을 하든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남겨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20여 년 만에 다시 마주한 사극이 버겁고 어려워도 카메라 앞에서는 한 신, 한 신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촬영장을 벗어나면 그 에너지의 방향은 아이에게 향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 출연한 손예진과 만났다. 손예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순의 아이콘인 만큼 산뜻한 이날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에 깔끔한 중단발로 멋을 내고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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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손예진은 금기의 시대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조씨부인 역을 맡았다. 조씨부인은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매력을 지녔지만, 여인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의 현실에 막혀 조윤이라는 이름마저 내려놓은 채 사대부 여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스캔들'은 손예진에게 특별한 도전이었다. 20여 년 동안 사실상 사극을 피해왔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극 연기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사극은 너무 어렵다. 20몇 년 동안 하지 않았다"며 "어쩌면 사극은 내가 잘할 수 없는 장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피해왔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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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손예진을 다시 사극으로 불러들인 건 정지우 감독이었다. 정 감독이 '스캔들'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원작 속 세 인물의 관계를 다루고 싶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손예진은 "아름다운 한복을 입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입을 때마다 감탄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화려한 자태 뒤에는 만만치 않은 고충도 있었다. 한복 자체가 배우의 움직임과 호흡을 제약했다. 손예진은 "한복을 입으면 사람이 평면적으로 보인다. 가슴부터 조여야 태가 예쁘다. 긴장된 신을 찍을 때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연기니까 모양을 포기하고 늘리기도 했다. 한복을 벗으면 날아갈 것 같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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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과 마주하는 장면들 역시 손예진에게 쉽지 않은 숙제였다. 긴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시시각각 감정이 변화해야 했다. 그는 "조원과 붙는 장면은 대사도 많았고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과하면 이상한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디테일한 연기를 요구하는 작품이었다"며 "한 신, 한 신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현장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는 손예진이지만 정작 후배들에게 자신의 연기 방식을 가르치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나도 내 것을 하기 급급하다"며 웃었다. 이어 "상대 배우나 후배 배우가 먼저 물어보기 전까지 내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지창욱과 나나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배우들이고 나보다 훨씬 더 고민해서 자기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감독님이 지휘자가 돼 조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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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만의 사극에서 자신을 몰아붙일 정도로 연기에도 진심이지만, 지금의 손예진에게 연기가 삶의 전부는 아니다.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삶의 중심과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손예진은 "어릴 때는 정말 일 욕심이 많았다. 작품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아가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욕망이 있었고 어려운 것을 극복하고 싶었고, 더 잘하고 싶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어 "지금은 현실적으로 나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도 키워야 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일적인 욕심은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아이가 지금 너무 이쁘다. 육아에 올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의는 여전하다. 손예진은 "이제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가기보다 내 안에 축적된 에너지를 한 작품, 한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때 발산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다작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정말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차근차근 찾으면서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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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현빈과 서로의 작품에 관해서는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편이다. 손예진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같은 작품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하고 남편이라고 해도 함께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빈은 손예진의 '스캔들'을, 손예진은 현빈의 '메이드 인 코리아 2'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손예진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재미있으면 재미있다고 하고 조금 덜 재미있어도 좋았다고 한다. 서로 힘든 촬영 과정을 일일이 털어놓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같은 배우이기에 작품을 보면 상대가 어느 순간 힘들었을지는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배우이자 엄마인 손예진은 작품을 선택하면 연기에 몰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육아에 올인한다. 손예진은 그렇게 배우와 엄마 사이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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