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 출연한 손예진과 만났다. 손예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순의 아이콘인 만큼 산뜻한 이날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에 깔끔한 중단발로 멋을 내고 등장했다.
'스캔들'은 손예진에게 특별한 도전이었다. 20여 년 동안 사실상 사극을 피해왔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극 연기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사극은 너무 어렵다. 20몇 년 동안 하지 않았다"며 "어쩌면 사극은 내가 잘할 수 없는 장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피해왔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화려한 자태 뒤에는 만만치 않은 고충도 있었다. 한복 자체가 배우의 움직임과 호흡을 제약했다. 손예진은 "한복을 입으면 사람이 평면적으로 보인다. 가슴부터 조여야 태가 예쁘다. 긴장된 신을 찍을 때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연기니까 모양을 포기하고 늘리기도 했다. 한복을 벗으면 날아갈 것 같았다"며 웃었다.
현장에서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는 손예진이지만 정작 후배들에게 자신의 연기 방식을 가르치려 하지는 않았다. 그는 "나도 내 것을 하기 급급하다"며 웃었다. 이어 "상대 배우나 후배 배우가 먼저 물어보기 전까지 내가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지창욱과 나나도 오랫동안 고민해온 배우들이고 나보다 훨씬 더 고민해서 자기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감독님이 지휘자가 돼 조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예진은 "어릴 때는 정말 일 욕심이 많았다. 작품 안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아가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욕망이 있었고 어려운 것을 극복하고 싶었고, 더 잘하고 싶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어 "지금은 현실적으로 나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도 키워야 한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일적인 욕심은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아이가 지금 너무 이쁘다. 육아에 올인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의는 여전하다. 손예진은 "이제 일을 하면서 무언가를 찾아가기보다 내 안에 축적된 에너지를 한 작품, 한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때 발산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다작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정말 하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역할을 차근차근 찾으면서 조금 천천히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손예진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재미있으면 재미있다고 하고 조금 덜 재미있어도 좋았다고 한다. 서로 힘든 촬영 과정을 일일이 털어놓지도 않는다"며 웃었다. 다만 같은 배우이기에 작품을 보면 상대가 어느 순간 힘들었을지는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배우이자 엄마인 손예진은 작품을 선택하면 연기에 몰입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육아에 올인한다. 손예진은 그렇게 배우와 엄마 사이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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