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 빠니보틀이 '놀러코스터'에 출연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 DB
노홍철, 빠니보틀이 '놀러코스터'에 출연하고 있다. / 사진=텐아시아 DB
세계 곳곳의 이색 놀이공원을 소개하지만 대리만족보다는 거리감이 먼저 느껴진다. '개고생 여행'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제작진이 다시 뭉쳤지만, 신작 '놀러코스터'에서는 재미도 서사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자칫 제작비로 해외 놀이공원을 누비는 연예인들의 여행기처럼 보일 뿐이다.
8만원 내고 줄도 건너뛴 '놀러코스터'…연예인 호화여행만 남았다 [TEN스타필드]
MBC '놀러코스터'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각국의 이색 놀이공원을 탐방하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노홍철, 빠니보틀, 고경표, 최강록이 출연하며, 70세가 되기 전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짓고 싶다는 노홍철의 꿈에서 출발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리즈를 성공시킨 신현빈 PD와 박동빈 PD, 최행호 CP가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도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첫 방송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1%대에 머물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닌 세계 각국의 이색 놀이공원을 찾아간다는 콘셉트는 기존 여행 예능과 차별화될 만했다. 문제는 새로운 장소가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콘텐츠는 매회 놀이공원을 둘러보고 놀이기구를 탄 뒤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흐름이 반복된다. 장소는 바뀌지만 이야기는 비슷하다. 출연진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는 과정도 부족하다.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이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출연진의 관계와 서사, 여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가 끼어들 여지가 줄었다.

스페인 편에서 출연진이 긴 대기줄을 피하기 위해 49유로, 한화 약 8만원짜리 패스트 티켓을 구매한 장면은 프로그램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줄을 서는 과정까지 놀이공원 경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데, 비용을 지불해 불편을 건너뛰었다.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의 놀이공원을 직접 체험한다는 취지와도 다소 어긋났다.

물론 출연진이 무조건 고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편한 과정은 생략한 채 놀이공원을 즐기는 모습만 이어지면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지점은 줄어든다. 화면에 남는 것은 출연진이 해외의 이색 놀이기구와 먹거리를 마음껏 즐기는 장면뿐이다. 대리만족보다는 연예인들의 호화여행을 구경하는 듯한 위화감이 생기는 이유다.

이 같은 아쉬움은 '태계일주' 제작진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태계일주'는 단순히 낯선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기안84를 중심으로 출연진이 인도, 페루, 마다가스카르, 차마고도 등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몸을 던졌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온몸으로 감당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와 불편함 속에서 웃음이 만들어졌고, 출연진의 시행착오와 변화는 시청자의 공감과 응원으로 이어졌다. '태계일주'의 핵심은 여행지가 아니라 그곳에서 겪는 과정에 있었다. 이른바 '개고생'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출연진과 시청자를 연결하는 장치였다.
'놀러코스터'는 '태계일주'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예능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 사진 제공=MBC
'놀러코스터'는 '태계일주'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예능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 사진 제공=MBC
반면 '놀러코스터'가 위기로 제시하는 상황은 공포스러운 놀이기구에 도전하거나 날씨 탓에 원하는 기구를 타지 못하는 정도에 그친다. 출연진 모두가 '놀이공원 덕후'라는 점을 내세운 만큼 놀이기구 탑승 자체를 도전이나 고생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프로그램 안에서 갈등이나 목표, 성취의 서사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다.

사랑받은 프로그램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반복할 필요는 없다. '태계일주'가 시즌4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제작진이 새로운 소재와 형식에 도전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전작이 사랑받았던 이유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놀러코스터'에 필요한 것은 더 희귀한 놀이공원이나 더 강한 놀이기구가 아니다. 출연진이 그곳에서 무엇을 겪고, 어떤 변화를 맞으며, 시청자가 왜 그 여정에 함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지금의 '놀러코스터'가 놓친 것은 놀이공원의 스릴이 아니라 여행 예능의 서사다.

박주원 텐아시아 기자 pjw0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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