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 배급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박지훈, '군체'의 전지현, '살목지'의 김혜윤. / 사진=텐아시아DB
쇼박스 배급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박지훈, '군체'의 전지현, '살목지'의 김혜윤. / 사진=텐아시아DB
올해 극장가의 흥행 흐름은 쇼박스가 주도하고 있다. 연초 잔잔한 호평을 불러온 로맨스부터 1600만 관객을 돌파한 메가 히트작, 그리고 여름 성수기 텐트폴 시장까지 쇼박스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흥행 이정표가 새로 세워지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내놓는 작품마다 '홈런'을 때리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다채로운 장르로 관객 선택의 폭도 넓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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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쇼박스 질주의 서막을 연 작품은 로맨스 영화 '만약에 우리'(감독 김도영)였다. 최근 극장가에서 흥행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로맨스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완성도와 세밀한 감정선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주연을 맡은 구교환, 문가영의 호연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매력적인 배우들과 작품성으로 형성된 긍정적인 입소문은 초기 관객몰이의 마중물 역할을 했고, 쇼박스는 연초부터 기분 좋은 흥행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

쇼박스의 정점은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이하 '왕사남')가 찍었다. 누적 관객 수 1689만 명으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쇼박스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 탄탄한 스토리텔링, 엄숙한 장르에 더해진 장항준 감독 표 위트, 유해진·박지훈 등 배우들의 호연까지 그야말로 삼박자가 갖춰졌다는 평가다. 특히 전 세대가 즐길 수 있었던 이야기는 폭넓은 관객층의 반복 관람을 이끌어냈다.
쇼박스가 올해 내놓은 네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쇼박스가 올해 내놓은 네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사진제공=쇼박스
비수기로 꼽히는 봄 시즌에도 쇼박스가 극장가의 지분을 가져갔다. 대형 기대작이 부재했던 시기, 오컬트 장르물 '살목지'(감독 이상민)가 323만 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의 주인공이 됐다. 무려 23년 만에 '살목지'가 한국 공포 영화 1위라는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살목지'의 경우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 젊은 층이 호기심을 가질 장르적 코드와 공유 문화를 자극하는 독창적인 마케팅 요소를 적극 활용해, 관객들을 자발적인 입소문 확산의 주체로 만들었다. 그 결과 비수기 봄 극장가에 젊은 관객층을 대거 유입시킬 수 있었다.

상반기의 기세는 여름 텐트폴 '군체'(감독 연상호)로 이어지고 있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군체'는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이라는 성과를 거둔 데 이어, 국내 극장가에서도 상업적 흥행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되는 지능적이고 유기적인 좀비들의 등장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는 평가다. '군체'는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에 100만, 200만, 300만, 4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이 '왕과 사는 남자' 커피차 이벤트에 참석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장항준 감독이 '왕과 사는 남자' 커피차 이벤트에 참석했다. / 사진=텐아시아DB
올해 쇼박스의 독주 비결은 장르 다변화에 있다. 로맨스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휴먼 사극 '왕사남', 오컬트 스릴러 '살목지', 디스토피아 좀비물 '군체'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관객 성향에 맞춘 영민한 전략도 시너지를 냈다. 대중성을 겨냥한 '왕사남'과 '군체'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와이드 배급으로 공략하고, 마니아층의 결집이 중요한 '살목지'는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타깃팅을 전개했다. '왕사남'은 천만 돌파 기념 커피차 이벤트를 열고, '살목지'는 주연 배우 김혜윤의 모교에서 스쿨 어택 행사를 진행하는 등 관객들과 소통하는 마케팅도 영화를 향한 긍정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네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 달성에 이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쇼박스는 내놓는 작품마다 타율 100%를 기록하며 올 상반기 영화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쇼박스가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부터 개봉 시기, 마케팅까지 여러 측면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주춤하지 않고 다양한 선택지를 들고 적극적으로 관객들을 찾고자 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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