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하이브 사옥/사진=텐아시아 DB, 하이브 제공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하이브 사옥/사진=텐아시아 DB, 하이브 제공
256억원 규모 풋옵션을 두고 벌어진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의 법적 분쟁에서 1심 법원이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13일 연제협은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간 주주간계약 효력 및 해지와 관련한 2026년 2월 12일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협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 간의 공방을 넘어 연예계 제작 현장의 질서와 원칙이 걸린 중대한 문제로 규정했다.

연제협은 이번 사법부의 판단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제협 측은 "이번 판결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불신을 조장할까 우려하고 있다. 배신의 '실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방향성'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판결은 템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되었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협회는 이번 결과가 투자 계약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제협은 "투자가 마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들과 신규 프로젝트다. 중소 제작사는 고사하고 현장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다양성과 경쟁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결코 제작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피력했다.

또한 "제작 현장에서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스템과 인적 자원에 대한 장기적 신뢰의 선언"이라며 신뢰 파탄 이후에도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제협은 향후 항소심 등 법적 절차에서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협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만 제작자들이 다시 사람을 믿고 자본을 투여하며,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민 전 대표가 청구한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에 대해서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에게 약 255억 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 모 전 부대표와 김 모 전 이사에게도 각각 17억 원과 14억 원 상당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민 전 대표 측의 행보가 주주간 계약을 해지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 전 대표가 투자자들을 접촉해 어도어의 독립 방안을 모색한 정황은 인정되나, 이는 하이브의 동의를 전제로 한 방안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주주간 계약이 유효하며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 역시 효력을 갖는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1심 판결은 가요계에서 반복되는 템퍼링 의혹과 계약 분쟁에 있어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행 여부를 계약 위반의 핵심 척도로 삼은 이번 판결을 두고 업계 내에서는 계약 안정성과 법적 보호 범위에 대한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하 연제협 성명서 전문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간 주주간계약 효력 및 해지와 관련한 2026년 2월 12일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연제협은 본 사안이 단순한 특정 당사자 간의 법적 공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연예 제작 현장이 수십 년간 지켜온 최소한의 질서와 원칙을 확인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제협은 그간 전속계약 해지 논란과 템퍼링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계약과 신뢰가 무너지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거듭 경고해 왔습니다.

본 협회는 이번 판결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불신을 조장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배신의 '실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방향성' 그 자체입니다.

제작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산물입니다. 아티스트 한 팀을 대중 앞에 세우기까지는 수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본,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의 헌신적인 노동이 투입됩니다. 이 복잡한 공정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파트너 간의 '신뢰'입니다. 그 신뢰가 파탄 나는 순간 제작 현장은 붕괴됩니다. 팀은 분열되고, 제작진은 소진되며, 아티스트와 팬덤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번 판결은 템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되었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제협은 이번 판결이 '투자 계약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제작 현장에서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스템과 인적 자원에 대한 장기적 신뢰의 선언입니다. 신뢰 관계가 명백히 파탄 났음에도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투자자로 하여금 보수적인 판단을 강요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엔터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투자가 마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들과 신규 프로젝트입니다. 중소 제작사는 고사하고 현장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다양성과 경쟁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결코 제작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템퍼링은 시도 자체로 현장을 파괴합니다. 템퍼링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공동의 결과물을 찬탈하려는 행위이자 산업의 신뢰를 뿌리째 뽑는 파괴적 행위입니다.

연제협은 항소심 등 향후 절차에서 사법부가 업계의 특수성과 제작 현장의 현실을 깊이 통찰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작자들이 다시 사람을 믿고 자본을 투여하며,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습니다.

연제협은 K-팝 생태계가 특정 개인의 일탈에 흔들리지 않고 강건한 '시스템'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건전한 계약 질서 확립과 제작 시스템 보호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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