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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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받았을 때 솔직히 무서웠어요. 비운의 왕 단종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 감정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창밖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네 번째 미팅 때 감독님이 '단종은 너여야만 해, 지훈아'라고 말씀해주셨던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감독님 덕분에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죠."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의 주인공 박지훈은 단종 역을 제안받았을 때 느꼈던 무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과,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청한 촌장이 함께 살아가며 서서히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장항준 감독이 박지훈을 단종으로 낙점한 이유 중 하나는 '약한영웅'에서 보여준 박지훈의 눈빛이었다. 유약해 보이지만 내면이 강한 사람. 이 영화에서 표현되는 단종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는 "무게감은 있지만 결코 나약하지만은 않은 에너지, 그런 점을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보여주는 눈빛 연기 비결을 묻자 민망해하며 이같이 답했다.

"상황에 몰입해요. 대본에 충실해서 그 상황에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눈빛 연기에 신경써야지' 생각하진 않아요. 하하. 눈망울은 제가 시력이 1.0, 1.1이라서 아닐까요…. 하하하. 라식수술했어요."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포스터 / 사진제공=쇼박스
사연 많은 왕이라는 건 외형으로도 표현돼야 했다. 그런데 캐스팅 당시 박지훈은 편안하게 '비수기'를 즐길 때라 체중이 불어있던 상황. '약한영웅' 속 모습과 달리 통통해진 박지훈을 본 장항준 감독은 "유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를 느꼈다고. 하지만 박지훈은 15kg 감량이라는 극한 다이어트에 성공하며 캐릭터 외형을 완성해냈다.

"정말 간단하지만 어려웠어요. 그냥 안 먹었죠. 하하. 사과 한쪽 정도만 먹었어요. 잠도 잘 안 오고 사람이 피폐해졌죠. '야위었다'는 표현보다 더 상위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피골이 상접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죠. 몸에서 쓸 에너지가 없어 현기증이 나기도 했어요. 소리 지르는 장면을 찍고 걸어가는데 머리가 핑 돌았죠. 그래도 쓰러지지는 않았어요. 중간중간 젤리 하나씩 먹어가며 그렇게 버텼죠. 하하."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유배지 촌장 역은 유해진이 연기했다. 유해진은 유독 박지훈을 예뻐하며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 연신 칭찬했다. 두 사람은 분장차에서 촬영장까지 약 2km 거리를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눈 적도 있다. 박지훈은 "그날 선배님이 혼자 걸어가는 걸 보고 '왜 혼자 가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니저님한테 나를 내려달라고 하고 선배님과 같이 걸어서 올라갔다"고 전했다. 긴 산책길에서 둘은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군대는 언제 가는지, 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같은 정말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하하.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서로 맡은 신에 대해 대사를 맞춰보기도 했죠. 그렇게 걷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배우 박지훈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박지훈 / 사진제공=쇼박스
박지훈은 워너원 멤버로도 활동했다. 과거 워너원 멤버들과 연락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사이가 안 좋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최근 워너원이 리얼리티 촬영으로 재결합하게 된 소식이 전해진 바. '사이가 안 좋았다가 좋아진 것이냐'는 물음에 박지훈은 "멤버들뿐만 아니라 제가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며 "안 좋은 감정이 있어서 연락을 안 한 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워너원 단톡방은 활성화된 상태라고 한다.

"리얼리티 촬영은 했어요. 전 회차를 다 한 건 아니고 몇 회차가 남아 있어요. 강다니엘 형은 군대를 가야 하고 라이관린은 중국에 있어서 그 두 멤버를 제외하고는 모두 흔쾌히 수락했어요. 촬영도 재밌게 했죠.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마음이 뭉클했어요. 예쁘더라고요. 저희를 좋아해주는 분들을 위해 다시 같은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어요.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큽니다."

워너원 활동 당시 '내 마음 속에 저장' 애교로 전 국민을 뒤흔들었던 박지훈. 9년 전 유행어를 여전히 요청 받는 게 민망하진 않을까. "쑥스럽죠. 하하. 그래도 요청해준다는 자체가 저를 기억하고 좋아해준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거리낌 없이, 자신감 있게 하려고 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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