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개막한 음악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연출 존 케어드)은 2001년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동명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10살 소녀 치히로가 우연히 발을 들인 금지된 '신들의 세계'에서 기이한 존재들과 마주하며 성장해 나가는 환상적인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연출진이 가장 고심했을 대목은 애니메이션 속 무한한 상상력을 현실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그 해답은 '퍼펫 예술'에 있었다. 배우가 직접 조종하는 인형과 신체 움직임을 결합한 이 방식은 원작의 환상을 설득력 있게 현실로 끌어왔다. 치히로의 부모가 돼지로 변하는 장면은 인형탈을 통해 표현됐고, 유바바의 새와 귀신 가오나시는 배우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생동감을 얻었다. 신비로운 소년 하쿠는 네 명의 배우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용으로 변신해 하늘을 가로지르고, 가마 할아버지의 여섯 개 팔 역시 배우들의 호흡 속에서 완성됐다.
물론 퍼펫 예술이 만능은 아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배우가 동시에 무대에 오르다 보니, 인물이 많아질수록 무대가 다소 복잡해지는 순간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며 몰입이 흐트러질 여지도 있다. 여기에 일부 장면에서는 마법적 효과를 구현하려던 장치가 객석 시야에 가려지며 연출의 흐름이 잠시 끊겨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전하는 감동은 분명하다. 퍼펫 예술을 통해 캐릭터들을 생생히 구현해낸 점은 물론, 온천탕과 기모노 등 일본적 미감을 충실히 살려 원작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완성했다. 여기에 내한한 일본 배우들의 원어 연기가 더해지며 무대는 한층 더 밀도 있게 살아났다. "애니메이션이랑 똑같던데?"라는 관객의 반응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음악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오는 3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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