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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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뮤지컬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표적인 예로 '킹키부츠'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155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압축된 화려한 퍼포먼스, 관객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애드리브, 그리고 명확한 긍정의 메시지까지. 이 작품이 왜 주기적으로 관객들과 다시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답은 무대 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막이 오르기도 전부터 공연장은 들썩였다. 돈 역의 배우가 휴대전화를 들고 무대에 등장해 "함께 사진을 찍자"며 카메라를 치켜들자, 검지 손가락 하나로 1~2층 객석의 환호가 순식간에 터져 나왔다. 대사 한마디 없었지만, "이 공연을 관객과 제대로 즐기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전해졌다.

'킹키부츠'는 영국 수제화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를 배경으로, 특별한 부츠 제작을 통해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구두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각색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찰리와 드래그 퀸 롤라가 갈등과 이해를 거쳐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은 포용과 긍정이라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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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중심에는 단연 롤라 역의 강홍석 배우가 있었다. 1막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났을 무렵, 붉은 드레스를 입고 반전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너넨 구경하러 왔지? 나는 구경당하러 왔어"라는 대사는 앞으로 펼쳐질 그의 변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의상과 함께 즉석에서 쏟아내는 유머러스한 대사, 스스로의 농담에 터져 나오는 웃음은 '쇼뮤지컬' 특유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관객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혔다.

볼거리는 주연 배우의 재치에만 그치지 않았다. 높은 활용도를 자랑하는 무대 연출 역시 눈길을 끌었다. 배송만을 기다리던 레일 위의 신발들은 어느새 제2의 무대가 됐고, 찰리와 롤라는 움직이는 레일 위에서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앙상블들은 같은 공간에서 고난도 안무를 소화하며 공연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경쾌한 음악, 텀블링, 살사 댄스까지 더해지며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선사할 수 있는 다채로운 요소들이 쉼 없이 펼쳐졌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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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열기는 막바지에 정점을 찍었다. 객석으로 내려와 박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에너지를 쏟아내는 앙상블에게서는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대 위 배우들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과 하나 되기 위해 체력을 끌어올렸다. 객석에서는 여러 차례 공연을 관람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춤을 따라 추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올해로 칠연을 맞은 '킹키부츠'는 2년마다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 자리를 뜨는 관객들 사이에서는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했다.

한편 '킹키부츠'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오는 3월 29일까지 공연된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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