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MBN ‘언포게터블 듀엣’ 7회에는 14년차 트로트 가수이자 ‘행사의 여왕’으로 불리는 배진아와 15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78세의 어머니 안민순 여사가 등장했다. 메모리 싱어로 출연한 가수 윤민수는 “주변에도 치매로 힘들어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이 무대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진심 어린 소감으로 프로그램의 의미에 무게를 더했다.
배진아와 어머니는 메모리 싱어 윤민수와 함께 기억버스를 타고 추억여행을 떠났다. 빛 바랜 사진 앞에서 어머니는 “진주 남강다리… 네 살 때 6·25 전쟁이 났다”고 말하며 까마득하게 지워진 시간을 되살렸다. 이어 학교를 가지 못했던 자신의 유일한 선생님이었던 큰 오빠에 대해 떠올리며 “오빠야”라고 울음을 터트렸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어머니는 대학 진학까지 꿈꿨으나 치매로 인해 공부를 멈출 수 밖에 없던 사연을 털어놔 안타깝게 했다.
기억은 과거로 향할수록 더욱 선명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를 또렷하게 들려줬다. 반면 폐암 말기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돌보던 힘겨운 날들은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남편의 사진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의 모습에 조혜련은 눈시울을 붉혔다.
버스 안의 또 다른 추억은 ‘딸을 위한 마음’이었다. 전자제품 나사를 조이는 부업을 해 2년 동안 모은 돈으로 딸에게 피아노를 사줬다는 어머니. 생계를 위해 바쁘게 일하던 시절을 기록한 일기장을 보며 “한 끼를 대수롭게 여기지 마. 그만큼 손해야”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충고는 ‘건강은 밥심에서 나온다’는 모든 어머니들의 말을 떠올리게 해 울컥함을 자아냈다. 추억여행을 마친 어머니는 “고마워요. 감사해요. 오늘을 꼭 기억할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곧 기억버스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고 조혜련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라며 안타까움에 오열했다.
어머니의 인생곡은 남편이 좋아했던 나훈아의 ‘울고 넘는 박달재’, 어린 딸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함께 불렀던 가곡 ‘바위고개’,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가곡 ‘가고파’였다. 첫 번째 곡은 안타깝게도 가사를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곡 ‘바위고개’가 나오자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가고파’에서는 음정과 박자까지 정확하게 노래를 이어가 스튜디오를 감탄으로 채웠다. 특히 노래를 마친 뒤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한마디는 고향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이 담겨있어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배진아와 어머니가 선택한 듀엣 곡은 바로 어머니의 애창곡 ‘가고파’. 어머니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실어 음정과 박자까지 소화해냈다. 모녀의 무대를 지켜보던 조혜련은 어머니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효정은 “음악 영화에서나 볼 것 같던 감동이 여기 있다”며 진심 어린 감동을 전했다.
어머니의 장윤정을 향한 팬심은 기쁨을 선사했다. 무대 위에서 장윤정을 본 어머니는 “장윤정씨? 서방님도 잘 계세요?”라며 밝게 인사를 건네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장윤정은 노래가 끝나자 무대로 향했다.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반가워요”라고 말하며 팬미팅이 성사됐다. 이어 “딸과의 무대가 어땠냐”는 질문에는 “좋아요. 그런데 장윤정 씨 보는 게 더 좋아요”라고 답해 눈물 바다였던 스튜디오를 금새 웃음꽃으로 채웠다.
배진아는 “엄마의 ‘가고파’를 40년 넘게 들었지만 오늘이 최고였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의 고향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삶의 이야기, 그리고 모녀가 함께 만든 무대는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윤민수는 “엄마에게 느끼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모든 자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마음일 것”이라며 자신의 곡 ‘엄마’를 열창했다. 배진아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라는 가사가 내가 엄마께 항상 하고 싶은 말”이라며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MC 장윤정은 “엄마라는 이름은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따뜻하고 큰 울림을 가진 단어”라며 “여러분 마음 속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라고 여운을 선사했다.
‘언포게터블 듀엣’은 매주 수요일 밤 10시 20분 MBN을 통해 방송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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