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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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판매액 50배" 문체위, 암표상에 초강수…디테일 부족에도 업계는 '활짝'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과징금 50배 부과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공연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공연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업계는 개정안이 암표 판매자에게 판매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초강수'를 둔 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개정안은 암표가 실제로 판매됐을 때만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암표 판매 시도 단계에 대한 규제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제22대 국회 제429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캡처
사진=제22대 국회 제429회 제2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록 캡처
1일 텐아시아 취재 결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를 지난달 28일 통과한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관련 업계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개정안은 공연 및 스포츠 경기에서의 암표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판매액의 최고 50배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온라인에서의 암표 판매도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기존 경범죄처벌법에도 암표 판매를 처벌하는 내용은 있었다. 다만 이 법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한 암표 판매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경범죄처벌법 3조 2항 4호는 ‘공연장이나 승강장 입구’에서 암표를 판 사람만 처벌하도록 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 시대가 변했음에도 개정되지 않아 단속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암표 매집을 처벌하는 규정은 2021년 생겼지만, 이는 적발이 쉽지 않고 온라인 판매 단계를 막는 규정이 없어 '반쪽 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건 지난해 8월부터 13차례에 걸쳐 여러 국회의원이 발의했던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폐기하고 문체위가 새로 정리한 대안이다. 주목할 만한 건 문체위 의결 안은 기존에 발의됐던 의원 안에 비해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 법안의 기존 의원 발의안에서는 과징금이 암표 판매액의 2~5배 수준이었다. 위원회 안에서는 기존 안보다 과징금 액수가 10배 이상 높아졌다.

문체위가 과징금 액수를 크게 올린 건 암표 판매를 범죄로 규정하고, 암표상에게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형사 처벌보다는 과징금 효과가 훨씬 크다"며 "예를 들면 과징금을 암표 판매 총액의 10배에서 30배 정도로 정하고 이를 신고한 자에게 과징금의 10% 정도를 포상금으로 주는 것"을 제안했다. 이 배율이 '50배'로 정해진 건 이선영 문체부 체육국장이 "공직선거법은 불법행위로 얻은 금전 이익의 50배를 과징금 상한선으로 책정한다"고 언급한 게 계기가 됐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로고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로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업계는 "제재 대상이 폭넓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암표는 곧 범죄'라는 인식을 대중 사이에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세상에 암표가 없는 나라는 없으니 박멸은 애초에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반인의 암표 판매 참여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이번 공연법 개정으로 단속의 사각지대가 많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고 포상금이 생긴 것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징금이 이미 팔린 암표 판매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암표를 판매하려는 '시도' 자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표 여러 개를 사모아 되파는 전문 암표상은 막을 수 있겠지만, 개인 간 1:1 암표 거래는 막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암표를 팔겠다는 게시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이를 본 누리꾼이 신고한다고 해도, 그 티켓이 판매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체위 관계자는 "이 대안이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되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개정안 시행 전까지 문체부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때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성수 법무법인 더올 변호사는 "부족한 세부 사항을 문체부에서 논의하겠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히 법제화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세부적 내용은 법률이 아닌 하위 규칙 등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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