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가 평범한 직장인에서 배우가 된 지 15년 만에 '정보원'으로 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영화 '밀정', '범죄도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흥행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카지노' 등에서 강렬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허성태지만 아직 첫 주연은 '시기상조'라 여겼을 만큼 겸손했다. 그래도 운명처럼 만난 이번 영화를 허성태는 홍보 활동까지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액션신 촬영 때를 자신을 원빈, 주성치라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했다고 한다.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정보원'의 주인공 허성태를 만났다. '정보원'은 강등당한 왕년의 에이스 형사 오남혁(허성태 분)과 눈먼 돈을 챙겨왔던 정보원 조태봉(조복래 분)이 우연히 큰 판에 끼어들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코미디. 허성태가 연기한 형사 오남혁은 팀에서 공들인 프로젝트의 수사 실패로 강등된 후 열정과 의지, 수사 감각까지 모두 잃고 한몫 챙겨 은퇴할 날만 기다리는 인물이다.
'정보원 스틸.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정보원 스틸.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는 원래 LG전자 해외영업부, 대우조선해양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하며 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했다. 데뷔 15년 만에 '정보원'으로 영화 첫 주연작을 하게 된 허성태는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나는 주연 욕심도 없고 하루살이처럼 살면서 잘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성장한 건 다행이고 내가 운이 좋고 인복도 많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허성태는 자기 말을 번복,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예의상 제작자, 감독님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만나서 얘기해보니 제작자는 '황해' 등 다양한 작품을 성공시킨 분이었다. 무엇보다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분이었다. 감독은 시나리오에 모든 것을 담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영화 내용을 100% 확인하려면 만나야 했다. 만나서 얘기해보니 글로 봤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들이 정말 나를 원하고 있구나 싶어서 그 자리에서 '알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석 감독과 말이 잘 통한다. '정보원'을 통해 감독과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나 싶은 순간도 많았다. '영화가 대박 나겠다'는 시그널은 아닌데 '운명적인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거절했지만 제작자, 감독님을 만나보자' 했던 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코미디에 액션까지 해야 했던 허성태. 그는 "코미디가 더 편했다.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면서 둘이서 맞는 이 코드는 어떻게 풀지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샛길로 빠지거나 오버하면 안 되잖나"라고 말했다.

액션신에서 허성태는 자신이 원빈이라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했다고. 그는 "나는 원빈, 나는 주성치라고 생각했다. 감독도 그런 뉘앙스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니 마인드 컨트롤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멋있게 나와서 만족스럽다. 물론 나는 절대 원빈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촬영 장소로 사용한 폐공장의 먼지가 실제 영화 효과에도 도움이 됐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허성태는 "폐공장 2층에서 싸우는 액션을 했는데, 먼지가 많아서 스태프들이 사전에 물을 뿌렸다. 1층에만 뿌렸는데, 2층에서도 찍게 됐다. 다시 물 뿌리려니 시간이 부족해서 2층에서는 먼지가 가득한 채로 찍었다. 액션을 하니 시커먼 먼지들이 코에 다 들어왔다. 원래 액션신에서 옥수수가루, 콩가루 같은 걸로 먼지 분장을 하는데, 이번엔 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 먼지들이 퍽퍽 나니까. 우연성이 가미돼 잘 나온 신이 많았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액션신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난 액션 합은 빨리 외우는데 체력이 안 된다. 사람들은 내가 액션을 잘하는 줄 안다. 맞다. 액션은 잘한다. 순서도 금방 외운다. 그런데 체력이 안 된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힘들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 / 사진제공=엔에스이엔엠
허성태는 직장인 시절 기획, 마케팅 경험을 살려 '정보원' 홍보 활동에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1번 주연'은 처음이다. 홍보 활동도 그렇고 즐겁기도 하지만 안 부담스럽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부담감은 20~30%고 내가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LG전자 다닐 때보다 마케팅을 더 '빡세게' 하고 있다. 다행히 직장생활 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획, 마케팅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이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다. 제작사, 홍보사, 소속사 사람들에게 새벽이든 밤늦게든 카톡을 보낸다. 내 아이디어가 괜찮은지 검증을 받아야 하니까. 그들이 괴로울 것 같다"며 웃었다.

홍보를 위해 매일 SNS 업로드를 하는 '댄스 챌린지'에 대해 동료 이시언은 "형님 인스타 꼴도 보기 싫다. 토 나온다"라며 진절머리를 냈다고. 허성태는 "그런 반응들이 겁나기도 한다. 그래도 샵에서 젊은 스태프에게 물어봤을 땐 보기 좋다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나도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영화 흥행 결과를) 하늘에 맡겨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 찍고 나면 엄청 현타 온다. 최근 올린 영상에서 보면 내가 마지막에 털썩 쓰러지는데, 그게 현타 와서 그런 것"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정보원'은 다음달 3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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